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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이 1.3을 밑도는 초저출산국‘초저출산’ 늪에 깊이 빠진 한국 삶의 질과 사회구조 부터 개선해야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려면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이 1.3을 밑도는 나라를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초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 낳기를 꺼리는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겠는가. 국가의 총체적 실패를 드러낸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전년도의 40만6200명보다 11.9%나 감소했다. 감소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1년 이후 가장 컸다. 주 출산연령인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2016년 전년 대비 7%에 이어 2017년 6.1% 감소한 혼인 건수를 보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떨치기 어렵다.

다소 과장된 충격 요법이었겠지만, 2004년 국책연구기관은 초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2100년 한국의 인구는 1600만 명대로 격감할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의 초저출산 현상과 비교하면 현재 문재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북한 핵 미사일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은 일상적 소일 거리로 보일 정도다.
초저출산이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한 지는 벌써 20여 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젊은이들이 혼인 자체를 안 하는 인구학적 문제일 수 있다.

나라 근간 흔드는 초저출산, '특단의 대책' 필요
초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오기는 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정책을 수립·집행했다. 그러나 바닥이라고 여겼던 출산율이 한단계 더 떨어진 것은 저출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함께 하기에 무리가 없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기업이 협력·지원하고, 젊은이들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꺼리지 않게 일자리를 만들고, 주거와 육아·교육의 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덜어주는 쪽으로 획기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출산율,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 주도 정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 선택을 존중하고 출산과 자녀 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유일한 대안은 국민 전반의 삶의 질 개선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개별 정책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삶의 질에 관한 총체적 개선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저출산은 사회구조적인 문제
인구학적 측면에서 저출산의 중요 원인 중 하나인 여성의 첫 자녀 출산 연령은 2013~2014년 기준으로 스웨덴과 한국이 각각 31.0세와 31.5세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2015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9명으로 인구 대체율(2.1명) 수준에 근접했지만 한국은 1.2명에 불과했다.
인구학적 접근은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일반적 경향을 설명할 수 있지만, 유사한 변화에 직면한 스웨덴과 한국의 출산율이 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더욱이 지난 9년 간 정부 정책은 비혼과 만혼과 같은 인구학적 변화를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전제하고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했지만, 완화시키지 못했다.
초저출산 현상은 출산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 사회 구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내전 중인 이라크와 남수단 사람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과 헬조선 논란에서 보듯 성과 계층 간 불평등도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전쟁 중인 국가 보다 삶이 더 힘들다고 느끼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일상이 되고, 계층 간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출산은 비정상적인 행위이다. 한 명의 아이를 낳는 것도 기적이다.

더욱이 문제를 완화해야 할 고용보험과 같은 공적 사회보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 받는 정규직과 중산층 전문직을 위한 것이고 정작 공적 지원이 절실한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은 배제돼 있다. 지원정책이 출산과 양육 등 특정 영역에 집중된 접근 방식도 문제다. 지출 규모 역시 문제다. 정부가 지금까지 120조원을 저출산 정책에 투입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조금 과장해 용돈에 불과한 수준이다.
1930년대 저출산 현상에 직면했던 스웨덴과 독일의 대책은 큰 차이가 있었다. 파시스트 국가였던 독일은 출산을 애국이란 이름으로 국민에게 강제했다. 반면 스웨덴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풀어갔다. ‘삶의 질’을 개선해 준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총체적이고 과감한 실천에서 찾아야 한다.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단계적이고 과감한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주거와 돌봄에 이르기까지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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