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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 마케팅의 국내외 다양한 사례젠더리스 마케팅 男·女경계를 허물다

사회적으로 성 평등과 성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와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젠더리스(Genderless)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으며 남녀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젠더리스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젠더리는 원래 성별이 없다는 의미이지만, 최근에는 성의 구별이 없는, 즉 중성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정적 어감의 ‘-less’를 대체해 성 중립을 뜻하는 ‘Gender-neutral’이라는 단어도 함께 쓰이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젠더리스를 중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에 젠더리스 개념을 접목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 젠더리스 전략을 구사하는 배경과 이유를 짚어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공 요인을 살펴본다.


남성 연예인들이 주로 찍던 상품 광고에 여성 연예인이 등장하거나 반대 현상도 빈번하다. 전통적으로 여성 모델이 등장했던 밥솥 제품에 송중기가 등장하고, 샤넬에 지드래곤이 등장한다. 개그맨 김기수는 화장법 동영상을 제작하는 뷰티 유튜버로 활약하고, 긴 생머리를 한 남성이 헤어 제품의 모델로 발탁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수염 자국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피부를 지닌 시오가오(염안, 소금 얼굴)가 인기다. 중성적이라서 매력이 넘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외선을 차단하는 미백 화장품이 남성들에게 인기다. 여성의 전유물이던 제모 클리닉도 남자들이 자주 찾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양산 남자(洋傘男子)’도 등장했다. 여자들의 고유 영역이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남자인 ‘여자력 남자(女子力男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젠더리스 마케팅의 국내외 사례
젠더리스 마케팅의 주요 사례를 보면 먼저, 공공 마케팅 분야의 사례이다. 런던교통공사(TFL)는 지하철 안내 방송에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는 전통적인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고,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성 중립적인 인사말로 성 소수자까지 존중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신입생이 중립적인 인칭대명사 ‘Ze’나 ‘They’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브랜드 마케팅 분야의 사례이다. 남자 모델이 등장하던 면도기 분야에서 김사랑과 유인나는 P&G 질렛트 면도기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이들이 등장한 2011년의 광고는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여성복 톰보이는 영국의 유명 패션 사진작가 오맷(Au Matt)과 함께 젠더리스 주제의 사진전 <퓨어 블랭크(Pure Blank)>를 개최했다. 경계가 없는 순수한 여백이라는 뜻의 퓨어 블랭크에서는 성별을 나누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젠더리스 스타일을 강조했다.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바비인형의 공동 마케팅에서도 젠더리스 마케팅을 전개했다. 바비인형은 여자아이의 장난감이다. 그런데 <모스키노 바비(Moschino Barbie)> 캠페인에서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광고에는 모호크족 스타일의 머리를 한 남자아이가 두 명의 여자아이와 함께 바비인형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장면이 등장한다. 남자아이는 “모스키노 바비는 정말 최고야!”라고 외치며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바비인형 광고에 남자아이가 등장한 최초의 사례인데, 이 역시 장난감의 성 중립성 혹은 젠더리스의 의의를 환기하기에 충분했다.
스페인의 토이 플래닛(Toy Planet)은 아이들의 옷, 동화, 만화에도 성인들의 성 역할에 대한 선입견이 내포된 사실을 광고 소재로 활용했다. 광고에는 남녀 어린이가 전동공구 장난감이나 인형을 각각 품에 안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여자 어린이는 공룡을 가지고 놀고 남자 어린이는 모형 유모차를 밀고 있다. 또한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의 2015년 포스터에서는 11세 소년이 남자 아동복이 아닌 성인 여성복과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

젠더리스 마케팅의 성공 요인
성의 경계를 없애 여성스러움을 남성에게, 남성다움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것이 크로스젠더(Cross-gender)라고 한다면, 젠더리스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없애자는 것으로 유니섹스보다 진화된 사회적 성 정체성의 개념이다. 젠더리스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 사전에 어떻게 살피고 실행해야 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브랜드의 특성에 따라 젠더리스 마케팅의 적합성 여부를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남성 모델이 여성용 블라우스를 입거나 여성 모델이 남성 슈트를 입고 등장하는 그 자체만으로 패션 마케팅의 성공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나서 성공 가능성이 예측될 경우에만 젠더리스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마케팅에 젠더리스 개념을 접목하는 현상이 이미 세계적 추세라 할지라도 브랜드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젠더리스 마케팅을 할 것인지 크로스젠더 마케팅을 할 것인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크로스젠더 마케팅은 남성 혹은 여성이 주요 구매층으로 자리 잡은 시장에서 반대 성별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음료 시장에서 남성 소비자를 확보하려 하거나 주류 시장에서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젠더리스 마케팅과 크로스젠더 마케팅 중 무엇이 더 유익할지 따져보고 실행에 돌입해야 한다.
셋째, 젠더리스 마케팅을 하려면 일회성 이벤트로 하지 말고 적어도 3년 정도의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옷으로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자라의 언젠더드 또는 셀프리지 백화점의 에이젠더는 장기 캠페인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에 호응하며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 일시적인 일회성 이벤트로 젠더리스 마케팅을 한다면 잠깐 동안 주목을 끌 수 있겠지만 브랜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넷째, 젠더리스 마케팅을 전개하며 성 다양성(Gender diversity)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환기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젠더리스 개념을 적용해 브랜드를 활성화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왜 젠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지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성 소수자의 인권보호 문제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여러 시도들은 분명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다. 따라서 성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환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젠더리스 마케팅은 많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패션, 문화,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두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 그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고 누가 먼저 경계를 넘어 내디디느냐에 따라 브랜드와 기업의 운명이 뒤바뀔 것이다.                      
 취재_ 성진용 기자

성진용 기자  jyisgod23@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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