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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석학 세계경제 진단한다피할 수 없는 세계 경제 침체 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어느 순간 멈출 것이라는 주장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1972년 MIT가 인류와 지구 미래를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발주를 받아 펴낸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는 당시로부터 100년 안에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 무렵이 되면 재생 가능한 자원은 재생 한계에 부딪히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은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발표 직후부터 숱한 비판과 논란을 낳았지만,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경제 성장이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떨어지는, 이른바 ‘성장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피할수 없는 침체 온다” 경고 날린 세계경제 리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을 ‘탄광 속의 카나리아’로 묘사했다. 탄광에서 광부들이 일할 때 유독가스가 발생하면 카나리아가 가장 먼저 죽는다. 이를 신호로 독가스는 점차 일하는 광부들을 조여온다. 미국발 긴축으로 세계 경제 침체가 촉발됐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 상황이 취약하고 긴축에 따른 충격이 큰 나라부터 카나리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다. 유럽 중국은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로고프 교수는 최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웨비나에 연사로 참석해 “미국의 경기 침체는 피해갈 수 없는 미래”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공급망 충격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야기하는 지정학적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이사회 의장)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잇달아 경고하고 나섰다. 테슬라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매출을 발표했다. 베이조스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금 경제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batten down the hatches)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경제 상황으로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가 3분기 실적발표 직후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더 많은 변동성이 생길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최근 머스크 CEO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연준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앞 유리가 아닌 백미러를 보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악화될 경제 상황을 보지 않고 과거 데이터인 물가에 집착한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부동산 시장에서 침체를 겪고 있고, 유럽은 에너지 이슈로 인해 침체를 겪고 있다”면서 “북미지역은 아직 건강하지만 앞으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연준이) 결국 깨닫고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시 경제위기 올 수도
최근 세계경제연구원(IGE) 주최로 열린 ‘글로벌 거시경제 위험과 정책적 시사점’ 웨비나에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교 석좌교수는 “내년 미국과 유럽에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해협 갈등으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한편, 강달러로 글로벌 교역에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2~3년 내 3.5~4%까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급망 붕괴를 비롯해 아시아의 인구 통계학적 변화로 생산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성이 악화되면서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경기침체 전망과 관련해 “미국은 장기 스테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면서 “아시아 국가도 내년 이후 성장이 둔화되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더 이상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특히 중국의 경우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GDP의 60% 비중을 차지하는 70개의 삼선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재정지출에 걸맞는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았다”면서 “수익률 부진으로 건설사가 도산하고 은행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전했다. 
 
유럽·미국 2023년 심각한 침체 빠질 가능성 있어
또한 로고프 교수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신흥국에 미치는 달러 강세의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달러 강세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경우 신흥국 및 취약국들은 심각한 경제적 역경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달러 초강세에 잘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선 IMF의 수정경제전망보다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유럽 뿐 아니라 미국이 2023년 심각한 침체에 빠질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미 정부와 연준 인사들이 최근까지도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분석이다.
로고프 교수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대응을 위한 금리인상에 실기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금리를 너무 급하게 공격적으로 올려서 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역방향의 정책적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의 정책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성장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통상 12~18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초저금리 시대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들이 향후 2~3년 내에 인플레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해도 금리수준이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팬데믹 기간에 봤던 초저금리 수준으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고프 교수는 “장기 실질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6년 수준과 더욱 유사할 것”이라며 “사실상 상대적인 고금리 시대에 접어든 만큼 금융 및 부채 위험의 취약성이 높아져 2008년보다 더 다양한 위험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도 저성장 시대, 가파른 ‘인구절벽’ 침몰 위기
이러한 세계 흐름 속에 한국 역시 성장 모멘텀 상실 징후가 뚜렷이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최대 변수로 ‘인구절벽’에 따른 노인 인구 비율의 급증, 그리고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꼽힌다. 최근 인구 변화 추이는 내수시장의 감소와 총부양비의 증대에 따른 경제 모멘텀 상실 위기가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은 계속됐고, 최근 16년간 280조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출산율은 급락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인구절벽 문제와 관련해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각 부처에 주문한 건 인구절벽 문제가 성장의 위기를 넘어 국가 침몰의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판단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 연장에서 이제 이민 정책을 새롭게 모색할 시점이 됐다. 
 
고령인구(65세 이상)는 1960년 73만 명에서 2020년 815만 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30년에는 1306만 명, 2070년에는 1747만 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반세기쯤 후엔 생산연령인구와 고령인구의 수가 거의 같아지는 셈이다. 당장 2030년을 놓고 볼 때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에 비해 357만 명이나 주는데, 고령인구는 491만 명이나 늘어난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 감소, 총부양비 증가로 경제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이미 경제 모멘텀 상실 위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국가의 잠재 성장률은 떨어지고, 세수도 감소한다. 이는 인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과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일으키면서 국가 경제를 휘청이게 한다. 지금까지 국가가 펼쳐온 인구 감소 적응 정책의 한계가 분명해진 것이다.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민 정책의 필요성, 이민청 정부부처 신설 등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김명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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