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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물가 상승 계속 가속화극심한 인플레이션에 갇힌 유럽 빵값부터 에너지 가격 줄줄이 인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계속 가속화하고 있다. 주범은 에너지 위기다. 지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10% 올라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달 대비로는 1.2% 상승했다. 에너지가 단연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었고 식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9월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40.8% 치솟았고, 전달 대비로는 3%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전년보다 11.8%, 전달 대비 1% 각각 올랐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4.8%, 전달보다 1% 각각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헝가리 빵값, 1년새 77%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등으로 에너지부터 식자재, 인건비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유럽인들의 주식인 빵 가격도 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유럽에서 극심한 인플레가 이어지고 있지만 빵과 같은 필수재의 가격 상승만큼 걱정되는 것은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많은 만큼 빵 가격 상승은 사람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는데, 전쟁 지역에서 가까울수록 더욱 그렇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기본 빵값이 작년 동월보다 77% 올랐고 크로아티아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에서도 30% 넘게 상승했다. 독일에서도 빵값이 18% 올랐다. 최근 베이글 가격을 1.1유로에서 1.2유로로 올린 베를린의 한 빵집 직원 알리스 주자 씨는 “빵집 내에서 토론이 오갔다”라며 “주인들도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결국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빵의 주 밀가루와 식용유 등의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프랑스 중부에서 가족과 함께 제분소를 운영하는 줄리앙 부르주아 씨는 NYT에 밀 가격은 30% 이상 올랐고 제분기를 돌리는 데 쓰이는 전기요금은 3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밀가루 포대에 쓰이는 종이 가격마저 치솟았다. 부르주아 씨는 최근 거래 빵집 1천 곳에 밀가루 납품가를 올리는 만큼 바게트 값을 인상하도록 권장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리투아니아 북부의 한 빵집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달았지만, 낮이 짧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6배 오른 전기료를 감당해야 할 처지다. 식품 물가 상승의 주원인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꼽힌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가스와 전기 등 에너지 비용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쟁 초기 곡창지대 우크라이나의 곡류 수출이 막히면서 밀 가격도 올랐다. 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지방종자, 비료까지 줄줄이 가격이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급등한 유럽 지역 물가
식자재 가격에 이어 오른 인건비도 사업주들에게는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직원들의 임금도 올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 지역 물가는 전반적으로 급등한 상태다. 최근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보다 9.9% 올랐고 유럽연합(EU) 전체로는 10.9% 상승했다. 영국 역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1%로 1982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과 같았다. 40% 이상 오른 에너지 다음으로 상승 폭이 큰 것이 식품 물가였다. 유로존의 식품·술·담배 상승률은 11.8%에 달했다. 물가 상승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과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유럽의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항공과 철도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서 교통 대란이 벌어지고, 빵값이 1년 만에 무려 77% 오른 헝가리에서는 교사들 파업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세하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대 정유사 토탈에너지 노조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동총동맹(CGT)이 파업을 종료키로 했지만 다른 3개 단체 노동민주동맹(CFDT), 관리직총동맹(CFE-CGC), 노동자의힘(FO)은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토탈에너지 정유사 노조의 파업은 한 달을 맞았다. 노조는 생계비 해결을 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그 여파로 현재 프랑스 전국 주유소 3곳 중 1곳이 연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주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으며 운송 노동자, 교사, 의료 종사자 등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철도 노조도 전국 파업에 나서면서 프랑스 지방의 기차 운행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잇는 유로스타도 운행이 중단됐다. 유럽 전역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유사한 시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체코공화국의 수도 프라하에서 수천 명이 부분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으며 독일과 스웨덴처럼 항공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을 시작했다. 영국 역시 간호사부터 철도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임금을 요구하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 영국 최대 노조인 공공부문 노동조합 유니슨도 국가보건서비스(NHS) 노조원 40만6000명을 대상으로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파업 찬반 투표를 개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파이낸션타임스(FT)는 최근 “영국이 ‘불만의 가을’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만의 가을은 ‘불만의 겨울’에 빗댄 표현으로, 1978년 11월부터 1979년 2월까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부가 임금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자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에 나섰던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 이달 0.75%p 기준금리 인상 전망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다시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 6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재 1.25%와 0.75%인 기준금리와 수신금리를 각각 2.0%와 1.5%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 기준금리와 수신금리는 2.5%와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조사에서 나온 연말 예상 기준금리와 수신금리는 각각 2.0%와 1.25%였다. 기준금리와 수신금리는 내년에 각각 3.0%와 2.5%까지 오르면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준금리와 수신금리가 최대 4.5%와 4.0%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일부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CB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0.75%포인트 인상으로 물가 대응 속도를 한층 높였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에너지 가격 여파 등으로 인해 여전히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로존 물가 상승률은 이번 분기에 평균 9.6%로 정점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죽어나는 유럽, 혼자 살아나는 미국 GDP
유럽의 국내총생산(GDP)은 갈수록 움츠러드는 가운데, 미국의 GDP는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국과 유럽의 탈동조화(디커플링)의 근저에는 강달러가 있다. 특히 미국은 강달러를 바탕으로 구매력을 회복했다. ‘소비의 나라’ 미국에서 구매력 회복은 곧 GDP의 부활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럽은 반대다.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간다. 생산비 증가는 수익감소와 성장둔화로 이어져 침체의 골짜기에 빠지게 된다. 실제 이 같은 강달러 현상으로 미국 GDP는 살아나고 있다. 최근 기준 애틀랜타 연은이 발표하는 GDP나우에 따르면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2.9%로 전망된다. 1분기와 2분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끝내고 성장 가도의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의미다. 특히 불과 며칠 전인 9월 27일 발표까지만 해도 0.3% 성장으로 0% 수준 성장이 예상됐던 미국 GDP 성장률을 10배 가까이 끌어올린 원동력은 미국 민간 소비 지표였다. 실제 GDP나우는 이 기간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발표한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이 0.4%에서 1.3%로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GDP의 70% 이상을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소비 대국인 미국에서 강달러가 소비를 강력하게 추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들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여전히 암울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0.1%로, 2분기 0.8% 성장에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0.1%), 독일(-0.7%), 프랑스(-0.2%), 이탈리아(-0.8%), 스페인(0.1%), 스위스(0.1%) 등 줄줄이 마이너스 혹은 0%대 성장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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