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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부회장회장 승진 계획에 “회사 잘되는 게 더 중요”
최근 장기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내 회장 승진 관련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광복절 특별복권 후 이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회장 승진은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ARM 인수설에 대한 질문에 “오는 10월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온다. (ARM 관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이번 달 손정의 만나 ARM 인수 제안들을 것”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영국 방문의 목적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것이지만, 뒷배경으로 AR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RM은 영국 런던 북쪽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자산 기업(칩리스)으로, 반도체 생산의 가장 핵심적인 설계 IP를 제공한다. 전 세계 모바일 칩 90% 이상이 ARM IP를 사용하고 있으며, 서버용 프로세서, 자동차, 카메라 등 반도체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 설계 IP를 제공 중이다.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 또한 ARM IP에 기반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ARM은 지난 2019년 400억달러(약 55조원)에 M&A를 시도했으나, 각국 반독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산업 영향력이 큰 M&A의 경우 반드시 이해당사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만 기업 결합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ARM의 영향력이 워낙 절대적이다 보니, 특정회사(엔비디아)에 인수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각국 반독점기구들이 우려한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올해 초 ARM 인수를 포기했고, 이 직후 ARM의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각 반도체 업체들은 ARM을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ARM 인수합병을 위해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또한 “퀄컴은 ARM 투자에 관심 있는 당사자로 인수를 위해 다른 칩 제조사와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ARM에 높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만드는 다수의 프로세서가 모두 ARM 설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인 애플 역시 ARM IP를 쓰고 있어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업계는 지난 5월 펫 겔싱어 인텔 CEO가 방한해 이 부회장을 만났을 당시, 두 회사의 전방위적인 협력 논의와 함께 ARM 인수를 위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칩 분야에서 ARM에 밀려 신규 개발 계획을 취소한 인텔은 노트북 칩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ARM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노트북과 모바일 칩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인텔 역시 ARM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ARM, 세계 모바일 칩 90% 이상 설계 제공
최대 100조원, 추정 가치 50조~70조원에 달하는 ARM과 삼성전자가 보유한 12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모두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ARM을 단독으로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 한 회사에 이런 막대한 돈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ARM이 가지는 위상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독점에 따른 우려 역시 상상 이상으로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공동인수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경우 공동인수를 노리는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ARM의 설계를 가져다가 회사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는데, 설계 단계에서부터 경쟁사의 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과의 동침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6년 ARM을 314억달러에 사들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ARM 매각 불발 이후, 기업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소프트뱅크가 ARM의 IPO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22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3월 말까지 ARM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술기업의 해외유출을 우려한 영국이 ARM의 영국 런던증시 상장을 소프트뱅크 측에 제안한 점은 변수로 떠오른다. 소프트뱅크는 뉴욕 증시 상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 런던 증시를 살피는 중이다. 설득을 주도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실각으로 논의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여왕 사망 애도 기간 이후 다시 소프트뱅크 경영진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ARM의 IPO를 추진한다면 각 반도체 기업들은 지분 확보를 위해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회장 승진 계획에 “회사 잘되는 게 더 중요”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15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영국 반도체 기업 ARM 인수와 관련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을 예고하는 등 무게감이 남다른 이슈를 던졌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최근 유난히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점에 주목한다. 복권을 통해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취업제한 족쇄’에서 벗어난 만큼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기대보다 한층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주요 계열사들을 방문해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현장 경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현장 방문 때마다 구내식당을 찾고,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등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앞두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번 해외 출장에서도 삼성 해외 사업장들을 찾았던 이 부회장은 어김없이 구내식당 식사와 직원 셀카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시기 상으로 ‘회장’ 승진을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올해 만 54세인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44세 나이에 부회장에 오른 뒤 10년째 부회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1998년 별세한 뒤 곧바로 회장에 취임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후 회장직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2018년 6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도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87년 타계한 이후 45세 나이로 삼성 회장에 취임했다. 이 부회장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을 배웠고, 이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을 거쳐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6년 9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9년 10월 임기 만료 후에는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타이밍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1일, 부친이 회장직에 오른 12월1일 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마친 뒤 승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아직까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매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회장 승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개인 승진보다는 회사에  더 집중하겠다는 진정성이 담긴 대답이라고 본다”며 “활발한 현장 행보를 보이며 내부 다지기에 주력하되 적절한 시점이 오면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조직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리더십에 삼성 차세대 통신사업 ‘일사천리’
또한,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Comcast)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차세대 통신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다시한번 빛을 발했다. 이번 수주는 향후 미국 케이블 사업자 대상 5G 이동통신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 버라이즌, 2022년 미국 디시 네트워크, 2021년 영국 보다폰 202년 일본 KDDI, 2022년 인도 에어텔 (Airtel, 2022) 등 글로벌 초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과의 잇따른 5G 사업 협력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정·재계를 망라한 글로벌 ‘JY 네트워크’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2020년 버라이즌과의 7.9조원 규모 대규모 5G 장기계약,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통신사의 CEO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협상을 진척시켰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제4 이동통신 업체인 DISH Network의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는 이 부회장이 방한한 디시 회장을 직접 찾아가 오랜 시간 산행을 하며 사실상의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월 5G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서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철저히 준비하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편집국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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