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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콘텐츠 생산자가 되다마케팅은 소통이고, 브랜딩은 관계다
이제는 브랜드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만들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푸드 에세이집을 내고, 토스가 영화를 만들고, 벅스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많은 기업이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도 결국은 콘텐츠다.  수많은 브랜드가 전문 콘텐츠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다. 기술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 디지털 세계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무엇이든 검색해 볼 수 있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채널을 통해 볼거리도, 할 거리도 많아졌다. 개인의 취향이나 소속된 커뮤니티에 따라 보는 콘텐츠도, 매체도 다르다. 미디어가 개인화되고 세분화된 세상에 더 이상 TV 광고와 같은 대중 매체는 예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에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간다.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콘텐츠 마케팅 역시 진화했다.
감성적인 사진 위로 에센셜(essential) 문구가 새겨진 화면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구독자 100만 명에 육박하는 이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사실 벅스 뮤직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어찌 보면 경쟁사 플랫폼인 유튜브에 벅스가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꽤 파격적인 행보다. 그것도 벅스가 아닌 에센셜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말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벅스는 에센셜을 통해 벅스의 강점을 알리고, MZ 세대와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사례
벅스는 플레이리스트가 유행하기 훨씬 전인 2011년부터 다양한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뮤직 PD’를 운영하고 있었다. 10년간 쌓인 플레이리스트 데이터만 3만 개 이상.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이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채널을 개설해 벅스가 가진 기존 강점을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새롭게 풀었다. 에센셜이 큰 사랑을 받게 되며 벅스는 효과적인 소통 채널을 얻었고, 콘텐츠로 유입된 사람들이 다시 벅스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의 사례로 토스가 있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는 지난해 ‘핀테크, 간편함을 넘어(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라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시사회를 열었다. 50분 분량의 영상에는 토스의 탄생기부터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촬영이 토스의 오피스 안에서 이루어져 토스의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도 자연스레 담겼다.
작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총 투자금 10억 원을 놓고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파운드(FOUND)’를 론칭했다. 일주일에 에피소드 영상 한 편씩을 토스 유튜브 채널의 ‘토스 오리지널’ 재생목록에서 공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기획되었다. 토스의 다큐멘터리와 파운드 모두 토스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콘텐츠다. 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닌 금융 기업이지만,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에게 토스의 진심을 보여주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서다. 벅스에도 토스에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창구가 되어주고 있다.
 
콘텐츠가 왕인 진짜 이유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은 플랫폼을 가지거나, 플랫폼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진실이다. 플랫폼을 지렛대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콘텐츠는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콘텐츠를 만드는 쪽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 해도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즉 플랫폼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그치고 만다. 잘 알려졌듯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공개함으로써 신규 가입자 증가라는 직접적 이득을 얻었다. 2021년 3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440만 명이나 늘어나 총 가입자가 2억 1,360만 명에 달했다. 수백억 원의 구독료 수입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및 기업 가치 상승,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은 온전히 넷플릭스의 것이다.
티빙의 이용자 수 증가율은 65.5%로 넷플릭스(36.1%), 웨이브(14.8%)를 몇 배나 뛰어넘었다. 티빙의 이용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이 각각 이용자 300만 진입과 400만 진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IGA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 티빙의 발표에 따르면, MZ세대 유료 가입자의 50%가 <여고추리반>,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서울체크인>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유입됐다고 한다.
 
브랜딩에 진정성이 중요해지는 이유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이론을 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마케팅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물건이 부족했던 마켓 1.0 시대에는 제품 중심의 마케팅이 먹혔다. 뛰어난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면 팔렸다. 점점 상품이 많아지며 마켓 2.0시대에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으로 넘어갔다. 대중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나’에게 말하는 것 같은 제품, 타깃을 자잘하게 쪼개 뾰족한 라이프스타일을 건드리는 메시지가 먹혔다. 물건, 서비스, 플랫폼, 큐레이션이 넘쳐나는 마켓 3.0 시대에는 사람들이 브랜드의 영혼을 보기 시작했다. 내 시간과 돈을 쓰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과 통하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브랜드는 인간 중심으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고객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형태로 그 메시지를 응원한다. 마켓 4.0 시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경험 중심의 마케팅이 중요하고, 브랜드를 단순히 소비하고 참여하는 것을 넘어 팬이 브랜드와 함께 공동으로 작업하고 창작한다.
내가 소비하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곧 나의 정체성과 연결한다. 따라서 브랜딩에서도 진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해졌다. 브랜드의 의도가 선한지, 진짜인지에 따라 팬이 생긴다. 겉과 속이 다른 브랜드는 금방 신뢰를 잃고, 판매와 마케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은 그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브랜딩이란 “알리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소비자에게 주입식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어떤 행보를 선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쌓였는지 그 과정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다.
 
‘과정’이 곧 이야기, 진심을 보여주는 오리지널 콘텐츠
팬이 생기는 브랜드는 하나의 커뮤니티이자 부족처럼 작용한다. 브랜드의 철학이 고객의 가치관과도 통하고, 브랜드 운영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킬 때, 고객은 팬이 되고 브랜드와 팬 사이에 문화와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정을 공유한다’라는 것에 있다.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상품 간의 격차가 사라진 지금은 더 이상 상품만으로 차별성을 주기는 어렵다. 전 세계 인구는 77억이지만, 세상에 똑같은 생각과 인생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듯이, 과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고 유일하다. 이제는 브랜드도 완성품만을 선보일 것이 아니라 과정을 팔아야 한다. 브랜드도 크리에이터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고민하고 부딪혔던 것을 공유하며 취약성을 드러내 공감을 얻기도 한다.

모베러웍스가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모쨍이’를 자처하는 팬을 만들고, 팝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을 줄 세운 것은 모춘과 소호가 퇴사하고 브랜드를 창업하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기록하며 그 과정에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의 서사와 강점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콘텐츠를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하며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세컨드 크리에이터이자 브랜드 여정에 함께하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줄 것이다.          

유인경 기자  yinkyung@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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