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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동반자 휴먼 터치‘디지털 영혼’ 나올 것… AI 공감·소통·위로가 뜬다
산업혁명 가속화 및 초고령화가 교차되면서 국내외에서 휴먼 터치를 구현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VR이나 증강현실(AR) 활용이 커지는 것도 디지털의 인간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휴먼 터치 흐름과 맥이 닿는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VR 시장은 올해 284억달러(약 36조4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15% 고성장을 지속해 870억달러(약 111조7900억원)의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코노미조선’이 휴먼 터치를 다루게 된 배경이다. 
 
인간의 감섬을 접목하는 기업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 유니포(Uniphore)는 2021년 감성적인 기계 개발 업체 이모션 리서치 랩(Emotion Research Lab)을 인수했다. 인텔은 지난 3월 학생들의 감정을 인지하는 AI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화상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클래스룸 테크놀로지스(Classroom Tech-nologies)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연구팀은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이를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라고 정의했다. 말 그대로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도 공감·소통 등 인간적 손길,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 팀은 휴먼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 인간적 소통을 강화하고, 기술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2021년 7월 서울 서소문동에 ‘디지로그(DIGILOG) 브랜치’를 오픈했다.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고객을 위한 따뜻한 감성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고객과의 접촉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이 지점은 설계 단계부터 고객 패널을 업체 선정 과정에 참여시켜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기존 은행과 달리, 매장 입구 전면을 안이 들여다 보이는 유리로 설계해 예비 고객들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셀프뱅킹 기계를 비치하는 한편 시니어 고객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실내 곳곳에 도우미를 배치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에 선보인 ‘리틀빅 이모션(Little Big e-Motion)’은 휴먼 터치를 덧입힌 장난감 자동차다. 어린이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받는 공포를 줄이기 위해 만든 치유형 장난감 자동차로, 탑승자의 표정·호흡·심장박동수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해 이에 따라 반응하는 감정 인식 차량 컨트롤(EAVC:Emotion Adaptive Vehicle Control) 기술이 탑재돼 있다. 이 차량은 어린 환자들이 불안한 기분을 느낄 때면 터치스크린 속 캐릭터가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주거나, 달콤한 사탕 향기를 분사해 긴장감을 풀어주도록 했다. 많은 사람은 이렇듯 휴먼 터치가 부각되는 현상을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언택트(untact·비대면 접촉)에 대한 반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인간적인 것을 더욱 갈구하는 욕망을 근본적인 이유로 꼽는다.
 
인간의 고감도 ‘하이터치’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1982년 저서 ‘메가트렌드(Megatrends)’에서 ‘하이터치(high-touch)’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직역하자면 ‘고감도’로 번역할 수 있는 하이터치는 ‘하이테크(high-tech)’와 정반대 개념인 인간적 감수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휴먼 터치’와 맥을 같이한다. 나이스비트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하이테크를 과도하게 추구한 결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기술 중독 지대(technologically intoxicated zone)로 변해버렸다. 이런 기술 중독 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이스비트는 인간성을 중시하는 하이터치를 통해 최첨단 기술문명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질 것을 제시했다. 그는 “하이테크는 필연적으로 하이터치를 동반하게 된다”면서 “21세기는 감성이 지배하는 하이터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공감은 인류의 생존 기술… ‘디지털 영혼’ 나올 것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테오도르 자신은 외롭고 공허하기만 하다.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만나게 된다. 자기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는 사만다에게 테오도르는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2013년 개봉한 영화 ‘허(Her)’의 내용이다.
 
인간의 감정을 읽는 AI 개발 벤처 기업 이모셰이프(EmoShape)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레비-로젠탈은 “감정과 지각이 있는 AI와 인간이 교류하는 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스냅챗 등에 자주 사용되는 시각 효과 필터(filter)를 개발한 개발자 출신으로, 2009년 영국에서 이모셰이프를 설립했다. 이모셰이프의 혁신적인 기술은 ‘와이어드’ ‘포브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또 일본 로봇 제조 벤처회사 ‘유카이공학(Yu-kai Engineering)’이 만든 로봇 ‘쿠보’의 소개 동영상도 화제다. “‘쿠보(Qoobo)’는 꼬리가 달린 쿠션형 테라피(therapy·치료) 로봇입니다. 살짝 쓰다듬으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죠. 많이 쓰다듬으면 세게 휘휘 휘둘러요. 때로는 변덕스럽게 (기분 내키는 대로) 꼬리를 흔들기도 하지요. 동물처럼 사람을 위로합니다. ‘쿠보’의 ‘꼬리 테라피’로 마음을 위로하는 하루를 시작하세요.”
1분 남짓한 동영상은 2017년 공개 직후 일주일 만에 1000만 재생 건수를 달성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2007년 설립된 유카이공학은 쿠보 외에도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아기나 동물들처럼 살짝 깨무는 로봇 ‘아마가미 하무하무(Amagami Ham Ham)’, 인체 감지 센서를 내장해 가족 구성원끼리의 대화를 장려해 주는 로봇 ‘보코 에모(BOCCO emo)’ 등 ‘공감형 로봇’을 잇달아 출시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오키슈스케(靑木俊介)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무엇이든 할 줄 아는 똑똑한 로봇도 좋지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로봇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부할 때 즐거워야 효과 커… AI로 학생 관리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막히자 저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한창 선생님과 교류하며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집에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학습의 큰 단점으로 꼽히는 집중력 저하와 사회성 결핍을 걱정한 학부모들은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 마블러스의 ‘MEE(MARVRUS Emotion Engine)’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를 찾았다.
MEE는 마블러스에서 자체 개발한 감정 인식 인공지능(AI) 모델이다. MEE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아이의 표정과 시선, 심장박동수를 읽어 아이의 감정은 물론 학습 몰입도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튜터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참 잘하고 있다”와 같이 아이의 집중도를 올릴 수 있는 말이나 칭찬을 건네고 학습 방향을 지도한다. 학부모는 아이가 몰입해서 공부하고 있는 표정과 데이터를 영상과 보고서 형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마블러스는 현재 천재교육과 한솔교육 등 여러 교육 플랫폼과 협업해 MEE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점점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바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다. 마블러스는 AI 기술을 빌려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공부할 때 감정적으로도 재밌었는지 섬세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무섭게 발달하면서 이제 인간이 해왔던 일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하고 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결로 사람들은 한 차례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각 산업에서는 ‘이제 인간의 일자리는 끝났다’라는 분석이 차츰 나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AI에 밀려 인간의 쓸모는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 내는 기업은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를 통해서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T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인간의 손길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이렇듯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의 감성이 묻어나는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를 앞으로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정의주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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