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디지털의 혁신 빅데이터로 성공한 사람들‘감’의존 노점상·요식업도 혁신 바람
‘자영업 공화국’인 한국에선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스마트스토어 발달로 인해 1인 셀러까지 가세해 다양한 개인이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1인 셀러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가 아마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빅테크나 대기업의 영역이었던 빅데이터 분야에 미용실이나 노점상, 요식업 등 자영업자와 소규모 비즈니스도 뛰어들고 있다. 개인의 숙련도와 ‘감’에 의존했던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영업자가 빅데이터를 만났을 때 
소비자 행동의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오늘날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혁신적인 신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앱) 등장 등 거시적인 사건들이 역동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온라인 쇼핑은 맞춤 추천, 원클릭 결제,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매장 제품 픽업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고, 그만큼 구매 전반에서 매끄러운 쇼핑 경험에 대한 기대 수준 또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손놀림으로 소스 튜브를 짜서 수많은 붕어빵에 넣는 단팥 양을 저울로 재봤더니 거의 변함없이 같은 양이더라는 붕어빵 아줌마.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감(感)’으로 승부 거는 달인의 모습을 보며 탄성을 낸 적이 여러 차례있다. 달인의 감을 가지려면 오랜 숙련이 전제돼야 한다. 달인 이외의 사람으로 확산하기도 어렵다. 도제식 교육을 통해서나 가능해, 확장성이 떨어진다. 
 
AI(인공지능)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감에 의존하는 업태가 적지 않다.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에 연계된 소규모 의류 제작 업체도 그렇고, 미용 업계도 그렇다. 고객 데이터를 수기(手記)로 관리하거나 숙련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이들 업종은 자영업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비대면 경제 활동은 빅데이터로 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크게 늘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형 빅테크나 혁신 스타트업들이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이들 분야에서 동반 성장의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찾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175개국에서 170만여 사업자의 전자상거래를 돕는 서비스로 사업을 영위하는 캐나다 쇼피파이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호에서 미국 아마존을 ‘모든 것을 파는 상점(everything store)’에 비유하면서 쇼피파이를 ‘어느 곳에서나 파는 상점(everywhere store)’으로 묘사했다. 캐나다와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된 쇼피파이는 시가 총액이 1494억달러(약 180조원)로, 팬데믹이 심각해지기 직전인 2020년 초에 비해 224% 불어났다. 캐나다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 된 것이다. 네이버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47만여 사업자와 동반 성장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네이버는 소규모 사업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한 경우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다며 지역 거점별로 어떻게 데이터를 보고,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데이터와 자영업의 만남에서 혁신도 ‘온기’를 가질 수 있음을 보게 된다.
 
빅데이터로 성공한 사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데이터양은 64ZB(제타바이트·1ZB는 1조1000억GB)로 2015년 대비 314% 증가한 수준이다. ‘포브스’는 데이터의 90%가 지난 2년간 생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 사이먼 전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과거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값비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데이터 전문가를 고용한 뒤 분석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의 발전이 상황을 바꿨다”고 말했다. IBM, SA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IT 기업부터 트랜즈로직, 캐글 등 신생 기업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다.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Shopify)는 월 30~2000달러를 내는 1인 셀러 등 자영업자 등에게 자산수익률(RO AS), 소비자 행동 같은 데이터와 함께 온라인쇼핑몰 운영, 재고 관리, 결제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에서 쇼피파이의 점유율은 8.6%로 아마존(39%)에는 뒤지지만 월마트와 이베이를 추월했다. 덕분에 시가 총액이 팬데믹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초 460억달러(약 55조원)에서 올해 1월 5일 1494억달러(약 180조원)로 급증해 캐나다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국내 대형 ICT 기업과 금융사들도 골목상권의 소규모 사업자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는 2021년 9월 말 기준 47만 개로, 팬데믹 전인 2019년 말(29만 개) 대비 62% 증가했다. 스마트스토어에서 매출 발생 판매자 중 51.2%는 창업한 지 1년이 안 된 소규모 사업자다. 
특히 스마트스토어 내 데이터 분석을 돕는 1 대 1 맞춤 진단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소상공인의 경우 이듬해 매출이 평균 27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사업자는 오픈마켓에 입점할 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KT는 ‘잘나가게’를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유동 인구 및 배달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디서 배달을 가장 많이 시키는지 보여주고, 어느 시간대에 배달을 많이 시키는지, 배달을 많이 하는 연령과 성별은 어떠한지를 분석해 장사 전략을 짤 수 있게 돕는다. BC카드는 2019년부터 소상공인에게 약 300종의 데이터를 융합·분석해 구매자의 연령·성별·소비, 지역별 매출 추이 등 기본 분석 데이터와 시간대별 소비 패턴 등 응용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상권별 자영업자 매출 데이터로 만들어진 창업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대박날지도’ 서비스는 자영업 준비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전국 90만 자영업자의 사업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현금흐름, 매출 데이터, 단골 현황, 세금 등을 한눈에 알기 쉽게 분석해주는 ‘캐시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의 패션 상가나 미용 업계처럼 전통적으로 수기(手記) 방식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던 소규모 사업자가 즐비한 영역에서 이들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사업 모델로 고성장하는 혁신 스타트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1인 셀러 및 소규모 브랜드의 의류 제작을 돕는 의류 생산 플랫폼 FAAI(파이)를 운영하는 컨트롤클로더, 동대문 패션 도소매 거래 플랫폼 신상마켓과 도·소매업자와 고객을 한 번에 연결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딜리버드를 운영하는 딜리셔스는 발품을 팔아야 하는 동대문의 생태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시킨 주역이라는 평을 듣는다. 딜리셔스는 1월 5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5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일본에도 진출해 현지 패션 소매업자들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용 업계에선 퓨처뷰티가 고객들의 얼굴형·두상·이목구비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AI 알고리즘이 고객의 얼굴을 분석한 뒤 최적의 헤어스타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서울시도 상권 분석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빅데이터 제공에 나섰다.
 
소상공인 참여 스마트상점 주목
유통 업체는 온라인 채널로의 대대적인 전환에도 불구하고, 고객 관계를 강화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오프라인 매장이 도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업계에서는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과 동일한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서비스나 물건을 고른 다음 줄을 설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계산하는 ‘체크아웃 프리(checkout-free)’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상점’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 원’ 같은 새로운 생체 인식 기술은 이제 고객이 단순히 손바닥을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 
 
소상공인은 스마트 상점 등 데이터 기반 첨단 기술에서 소외되기 쉽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예컨대 한국의 스마트 결제·상점 기술 스타트업 넥스트페이먼츠는 아마존웹서비스(AWS·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을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온·오프라인 결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들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공급망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상공인부터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유통 업자가 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에 투자한다면, 이들 모두 IT 첨단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경험과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고객을 위해 새로운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환경을 구축할 때는 고객으로부터 시작해 솔루션으로 끝나는 역방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내 고객은 누구인가’ ‘어떻게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구매 과정에서 무엇을 불편해하는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며 고객 경험을 지속해서 개선한다면, 유통 기업은 더 행복한 고객, 더 강화된 고객 충성도와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주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저작권자 © 시사뉴스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