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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를 찾은 투자가들 팬데믹이 바꾸는 미래의 식량미래 농업 성패, 디지털이 좌우한다

지난 4월 코로나19로 국제곡물시장에서 쌀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로 폭등했고,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자국의 곡물 비축을 위해 신규 수출 계약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도 지난 3월 모든 곡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코로나 19발(發) 식량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세계는 미래를 위해 식량을 대비해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은 농업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팬데믹으로 인해 바뀐 미래 식량에 대해 알아보자. 

코로나 19와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식량위기는 냉혹한 현실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식량 자급이 화두가 되면서, 주요 수출국들은 자국 식량 비축을 위해 ‘식량 국경’을 일제히 닫았다. 지금 당장은 수출이 재개됐다 하더라도 이젠 언제 갑자기 식량 수급이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농업에 투자하라!”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3대 전설적인 투자가라고 불리는 짐 로저스는 두 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워런 버핏의 큰아들이자 후계자인 하워드 버핏은 “소량의 물로 쌀과 옥수수를 어떻게 다량으로 재배할지 고민이다. 2046년까지 전 세계의 기아를 종식하겠다”라고 했으며 아이언맨의 모델이 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동생이자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였던 킴벌 머스크는 “음식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라고 했다.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드론,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조금은 동떨어지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흔히 첨단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거장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비전일 것이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물적 인적 자원의 이동 제한과 그에 따른 식량부족의 위기감은 식량이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래 지구의 존망을 좌우하는 자원이, 석유도, 핵무기도, 첨단 기술도 아닌 식량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올해 식량 자급률은 45.4%로 전망되고 있다. 완전 자급이 가능한 쌀에 비해 제2의 주곡인 밀은 겨우 1%대 전후, 옥수수는 3.3%, 콩은 25.4% 등 매우 낮다. 소득이 낮아서, 가격은 높은데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외면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하나씩 잃어버리고 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IT 기업도 미래 사업 농식품 겨냥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구글,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색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농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은 고용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농경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2017년 유엔(UN)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까지 7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첨단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만큼 큰 시장을 보고 거대 IT 기업들이 속속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어그테크(argtech)’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농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뜻한다. 

전 세계 어그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어그펀드’에 따르면, 어그테크 분야 투자 규모는 2010년 4억달러(약 4700억원)에서 2019년 200억달러(약 23조5900억원)로 약 50배 급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 산하 구글벤처스는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인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1500만달러(약 177억원)를 투자했다.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는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공공·민간 업체 작물 수확량, 날씨 패턴, 재배 방법 등 농업에 관한 제반 데이터를 평가·분석하는 업체다. 씨앗을 뿌릴 때부터 작물을 수확하기까지 모든 데이터를 각 농장주가 입력하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다른 농장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이를 비교해준다. 작물이 잘 자라는지, 비료가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등에 대해 조언도 해준다. 구글은 다른 농식품 스타트업에도 연이어 투자하고 있다. 인공 음식 생산 업체 임파서블푸드가 대표적이다. 임파서블푸드는 100% 천연 식물성 원료로 치즈와 고기를 만든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농업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달러(약 2360억원)를 투자했다. 플렌티는 공장형 건물 내부의 벽면을 따라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수직 농장)’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건물 내 선반에서 작물을 키우는 데 반해 이 회사는 공장형 실내 농장 벽면에서 케일과 상추 등을 재배한다.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이 공장형 시스템은 농작물 재배에 가장 이상적인 유형의 조명과 습기·영양분 등을 제공한다. 플렌티에 따르면 전통적인 농장보다 특정한 장소에서 350배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과 미래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인 피치솔루션스는 세계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중국·일본과 중동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주요 수출국이 식료품 수출을 제한해 가격이 상승하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들은 식량 수입에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6.7%이며, 곡물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다. OECD 34개 회원국중 32번째로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목표 가격을 설정해 소득을 보전했던 쌀 자급률은 97.3%지만,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쌀의 절반을 넘어선 밀 자급률은 1,2%에 불과하고, 옥수수는 3.3%, 콩은 25.4%, 보리는 32.6% 수준이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식량 및 주요 식품 자급률 목표치를 정하고 있고, 지난 2013년에는 2017년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의 목표치를 각각 57%와 30%로, 5년후인 2018년에는 2022년 식량자급률을 55.4%, 곡물자급률은 27.3%로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목표치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데도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 19 발병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우려했던 만큼 세계적 식량위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량(Food)이 무기(Fire), 연료(Fuel)와 함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3F로 불리고 있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졌다. 식량자급률이 120%를 넘는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190억 달러를 식품 공급망 유지와 식량안보 지원에 투입했으며, EU도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농업 및 식품부문에서 다양한 조치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년도 예산안에 우리밀 경쟁력 강화사업에 전년대비 426%가 증액된 179억원을 편성하는 등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정부가 제시한 식량자급률 목표치 달성도 요원할 뿐더러, 고령화, 경지면적감소, 각종 기상재해와 가축질병 등으로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생각할 때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코로나 19는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로의 변화다. 식량자급률 제고 등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대책 역시 식량자급률 목표 계량화와 목표 달성을 위한 농업기반 점검, 종자은행 확보, 생산후 판로 확보 및 소비 증대 방안 등을 포함한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책이어야 한다.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기술로 투명하게 관리되는 먹거리 신뢰 체계의 견고한 구축은 당연하다. 그래야 우리 농업의 미래가 있고, 식량안보도 가능하다.                                                  
 

정의주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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