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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경제 시장 주목장기 불황의 시대 만난 중고 경제

중고 경제의 핵심은 이미 사용했거나 오래된 물건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판매자’와, 새것이 아닌 대신 보다 저렴한 물건을 사려는 ‘구매자’를 잇는 플랫폼이다. 중고 경제가 가져올 변화를 전망하고, 그 안에서 기업이 창출할 기회를 모색해본다.

 

年 20조원 중고 경제 이제 시작
모든 분야에서 넘쳐나는 생산과 소비, 너무 빠른 유행 전환은 여전히 쓸모있는 것들의 퇴장을 날마다 강요한다. 중고(中古) 경제는 과잉 시대의 필연적인 결과다. ‘평생 소유’보다 공유와 처분에 능한 실용주의 세대의 등장, 개성 표출 욕구가 강한 개인주의 세대의 등장은 중고 거래 시장을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꿔놨다. 남녀노소 누구나 필요한 물건을 찾아 중고 장터를 헤매고, 기업은 그런 소비자를 위한 사업 모델 구상에 몰두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중고 경제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어려운 이유도 시장 본연의 단순성에 있다. 가끔 발생하는 ‘평화로운 중고나라 사태’를 제외하고는 기업 솔루션이 개입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고 거래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바로 가격이다. 가격을 높이는 모든 ‘군더더기’에 소비자는 저항한다. 중개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고 경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이나 토요 마켓 등 오프라인 중고 시장이 곳곳에 깔린 해외와 달리 한국은 그간 중고 거래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발달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기반으로 온라인 중고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없이 바로 플랫폼으로 이행한 것이다. 중고 경제 규모는 2018년 약 2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코로나19라는 장기 불황을 만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 중고 경제를 주도하는 세대는 10~20대다. 이들은 소비에 대한 욕구는 크지만, 생애 소득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다. IT기반인 중고 거래 플랫폼 사용에 밝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중고 거래가 불가피하기도 하다. 이런 10~20대가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가르치는 것) 방식으로 50~60대 중장년층에 중고 경제를 전파하고 있다. 소유물이 많은 중장년층은 중고 거래를 통해 예상치 않은 소득을 ‘발견’할 수 있어, 유인도 높다. 중고 경제에 적극적인 참여자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중고 경제의 확대에 따라 소비 방식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고 경제는 소비의 패러다임을 180도 뒤집어 놓을 것이다. 새 물건을 마음껏 구매해서 필요 없어지면 내팽개치는 기존 소비 방식은 고도 성장기의 전유물이다. ‘신상품이 아니어도 된다’에서 ‘신상품이 아니어야 한다’로 패러다임이 전환할 것으로 본다. 과거엔 중고 물품은 빈티 나고 초라한 것으로 여겼지만, 경기 불황에 더해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는 지금은 달라졌다. 
새 상품일 때는 품질이 거의 동일하지만, 한 번 손을 타면서 얼마나 썼느냐,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당연히 품질에 따라 가격도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 잘못된 감가상각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직접 만나서 물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품질 확인 방법이다.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에서 수령하는 구매 방식을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라고 부른다. 기존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방식이다. 거래 범위를 반경 6㎞ 내로 좁혀 직거래에 대한 부담을 줄인 당근마켓이 성공한 원인이다.

기업 측면, 중고 경제에서 발견 할 수 있는 기회
중고 거래 중간상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많고, 앞으로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질 것 같다. 중고 물품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감정·보증하고, 이에 합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전문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백화점 서면점 옆에는 ‘구구스’라는 중고 명품 매장이 있는데, 이곳에선 명품 시계 등의 구매 이력까지 관리한다. 중고 명품의 품질과 진위를 까다롭게 보증하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다. SK엔카나 KB차차차와 같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도 품질 검증에 더해 사후 보증까지 제공하며 소비자가 감수할 위험을 낮췄고,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세세한 품질 관리는 값어치가 어느 정도 이상인 중고 품목 시장에 제한된다. 

기업이 철두철미한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높은 ‘중간 마진’을 거둬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 가격이 올라가는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거래로 인한 손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냥 조금이라도 더 싼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방식을 택할 것이다. 오히려 거래액이 가장 많은 빅3(중고나라·당근마켓·번개장터)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수익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 중고 경제 비즈니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가 중고품 시장에서 통용되는 꼼꼼한 품질 관리와 보증, 투명한 가격 책정. 이런 솔루션을 가격대와 품목을 막론하고 모든 중고품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본다. 사기·허위 거래를 저지르는 불량 이용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반돼야 한다. 가격 상승 문제 때문에 당연히 인력으로는 안 되고, 인공지능(AI) 감정평가사를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 중고 경제 자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지만, 이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최첨단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사기 위험 노출 주의해야
또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사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거래 분쟁 상담·조정 신청 건수는 총 2만845건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앱이나 사이트에 ‘사기’나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치면 ‘사기꾼’ 예방 차원에서 글 올립니다’, ‘구매 사기꾼 조심하세요’ 등 게시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중고거래와 관련한 사기는 대부분 현금 입금을 먼저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잠적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중고거래가 트렌드로 자리 잡힐 것이라며 수요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악화해 중고물품을 통해 정가보다 싸게 사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 매장에 들러 물품을 파악해야 하는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으로 물품을 고를 수 있는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뉴노멀’(새로운 일상) 시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고물품에 대한 선호는 경제 불황일 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코로나19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했고, 중고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발달하면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중고거래) 사기 건수가 높아지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 도덕적 해이 역시 커지고 있다”며 “중고 중개업체 등 플랫폼 기업들이 사기를 방지하는 보험을 들어 미연에 방지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전자거래과 관계자는 “중고거래 관련 사기 피해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분쟁 조정을 받는 등 보호 정책이 마련돼 있다”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시정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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