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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새바람 일군 젊은 수장 LG 구광모 회장‘뉴LG’ 이끈 실용주의·혁신DNA 선택·집중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지난 2018년 5월 20일 고(故)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구광모 회장은 만 40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LG그룹의 총수가 됐다. 당시 만 40세의 젊은 수장을 바라보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을 털어내듯 구 회장 체제 2년 만에 LG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구 회장은 불필요한 업무 관행과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철학과 선택과 집중으로 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LG를 만들었다. 또 과감한 결단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캐시카우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UN 지속가능 글로벌 리더 100인 선정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세계 지속가능한 글로벌 리더 100인에 선정됐다. 지난 8월 19일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의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협회에 따르면 협회가 이날 발표한 ‘2020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기업·브랜드 100 리스트’에 구광모 회장이 글로벌지속가능 기업 리더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구 회장은 이 부문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구광모 LG 회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도우려 사재 10억원을 국제백신연구소에 기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구광모 LG 회장은 회사가 아닌 개인 기부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은 국제백신연구소가 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연구개발, 임상실험에 쓰일 전망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후원을 통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부 취지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6월 29일 ㈜LG 대표 회장으로 취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5월15일 LG그룹의 차기 동일인(총수)이 구 회장이라고 지정했다. 취임 1년을 앞두고, 공식적인 LG의 수장으로서 전면에 나설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구 본무 회장이 2018년 5월 20일 별세한 뒤, LG는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 중심의 승계체제에 돌입했으며, 이후 ㈜LG 임시주주 총회에서 일약 회장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광모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부회장이 일정 기간 후견인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빗나갔다.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LG 가문의 유교적 가풍이 발현된 것이다. 
LG는 구인회, 허만정 공동 창업주가 1947년 창업한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모태를 두고 있다. 구 창업회장이 1969년 12월 31일 세상을 떠나자 맏아들인 구자경 회장이 럭키금성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한 그룹을 이어받았다. 교사로 일하다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라’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기업가가 된 구자경 회장은 1995년까지 재임했다. 건강에 별 문제가 없었음에도 70세가 되자 큰아들인 구본무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구본무 회장은 취임 당시 매출 30조원이었던 럭키금성을, 2017년 매출 160조원의 글로벌 LG그룹으로 키웠다.

이런 구씨 가문은 2004년 12월 가족회의를 통해 중대결단에 합의했다. 구본무 회장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의 양자 입적을 결정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그해 사고로 하나뿐인 친아들을 잃었다. 슬하에 딸 둘이 있었지만 LG家는 장자 승계가 대원칙이었다.
당시 26세의 구광모는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대 재학 중 군 복무를 위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임직원 23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기업 LG의 최고 경영자 지위를 운명이자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이래 이듬해 과장, 2011년 차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13년에는 LG전자 HE(홈 엔터테인먼트)부문 부장이 됐다. 다시 2년 뒤 2015년 ㈜LG 시너지팀 상무 겸 LG전자 B2B 사업본부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부장으로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6월 ㈜LG 대표이사 겸 그룹 회장으로 추대됐다. 
 

‘절차·관행 타파’로 젊은 기업 변모
구 회장은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으로 뉴LG를 이끌고 있다. 별도의 취임식을 하지 않고 회장직에 오른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불필요한 절차와 업무 관행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당부한 것을 시작으로 실용주의 문화를 조직 곳곳에 심어 나가고 있다. 2018년 말부터 LG그룹 계열사들에 자율복장제를 적용했고, 이듬해 시무식에서 구 회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올 초 신년 시무식은 신년 메시지가 담긴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 25만명과 소통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해 온 사업보고회는 하반기 1회로 축소하고, 분기별로 400여명이 참여하는 임원 세미나는 월별 100여명 미만 규모 월례 포럼 형식으로 간소화했다. 또 일방적인 보고 체계의 수직 문화를 토론 형식의 수평 문화로 개선했다. 실무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젊고 민첩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다. 대신 구 회장이 직접 사업 관련 내용을 담당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연락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존의 관행을 벗어난 인사를 통해 조직에 ‘혁신 DNA’를 심었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 성과주의에 입각해 인사를 단행하고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194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3M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인(CEO)으로 발탁하며 순혈주의를 깨고 세대교체를 이뤘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 신성장 동력 확보
구 회장의 실용주의는 LG그룹 핵심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도 두드러진다. 유망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전망이 어둡거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구 회장이 취임 후 5개월 뒤인 2018년 11월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였던 신학철 당시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해 LG화학 최고경영자(CEO)를 맡겼다. 또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1조원씩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구 회장은 최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미래 신사업을 위한 경영 행보에도 직접 나섰다. LG유플러스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으로 출범시켰다. LG디스플레이도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OLED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드는 사업 등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와 LG화학, LG상사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며 1조3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비핵심 사업 부문인 수처리 사업과 LCD 평관판 사업, 전자결제 사업을 정리했다.
또 LG전자는 지난달 20일 TV 시장 정체에 대응해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미사업장 TV 생산 2개 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라는 여론의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내린 구 회장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회사 측은 2개 라인을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겨 인도네시아의 TV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례 없는 위기 속 미래 과제 산적
구 회장 체제 들어 LG는 공격적이고 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기술·지적 재산권 보호에 단호하게 대응하며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소송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전, LG생활건강-애경산업의 치약 상표권 소송, LG전자-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신경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구광모식 뉴LG로의 변화는 시작됐다.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LG의 변화를 이끌어 온 구 회장이 향후 보여줄 리더십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첩한 유연성과 과감한 변화, 선택과 집중을 통해 3년 차를 맞는 구 회장의 뉴LG 역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지현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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