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미디어 속 숨겨진 마케팅 기호학의 연구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최적의 브랜드를 만든다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딩이고, 브랜드란 소비자의 마음속에 차별화된 의미를 전달하는 상징체계다. 차이와 의미, 상징을 다루는 학문인 기호학은 그래서 마케팅과 숙명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1987년 레이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서 “마케팅은 후기 산업 사회에서 기호학 연구의 일차적 표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기호학자들은 자신이 평생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도 모른다” 오늘날의 대표적인 기호학자 중 하나인 시비오크의 말이다. 기호학의 창시자들은 의사전달과 의미작용의 과학을 꿈꾸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다. 이 세상 모두가 대상이 되는 학문이 과연 성립될 수 있을까? 기호학은, 더 정확히 말하면 기호학이란 이름 아래 진행되는 지적 노력들은 60년대 이후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왔다. 먼저 소쉬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인간의 의사전달에 사용되는 의도적 비언어 기호체계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연언어와 그 외의 다른 모든 기호체계에 공통된 구조를 찾으려는 시도도 나왔다.

미디어 속 숨겨진 의미, 기호학으로 파헤치다
기호학은 기호를 지배하는 법칙과 관계를 규명하고, 기호를 통해 의미를 생산, 해석, 공유하는 행위와 정신적인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자 방법론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기호학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 같아 보인다. 하지만 기호학자 소쉬르가 기호학을 ‘삶 속 한복판에서 기호들의 생명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기호학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학문이다. 기호학이 하나의 학문이자 방법론으로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기호학의 양대 산맥인 유럽에서 탄생한 소쉬르의 기호학과 미국에서 발생한 퍼스의 기호학이 등장하면서부터다. 
20세기 초 스위스의 기호학자 페르디낭 소쉬르는 기호의 구성요소를 이원론적인 기의와 기표로 분석했다. 애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행위를 예로 든다면, 내가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기의이고 장미꽃은 나의 사랑을 전달하는 기표다. 그리고 기의가 기표와 결합하여 장미꽃은 ‘사랑’을 표현하는 기호로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장미꽃을 받은 사람이 선물한 사람의 의도를 올바르게 해석해야만 의미전달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의미의 해석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오늘 아침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초록 불의 ‘기표’를 보고, 통행 가능하다는 ‘기의’를 읽는 등,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매일 기호의 해석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일상을 기호와 연관지어 분석하는 연구는 등장 당시에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다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기호학은 광고, 뉴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디어 매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일 사용하는 것을 중립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미디어는 표면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내부에 교묘하게 이데올로기를 숨겨 놓는다. 여기서 기호학은 미디어 콘텐츠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항상 인간의 해석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게 된다. 미디어 이데올로기를 분석한 사례 중 하나로 바르트는 프랑스 주간 잡지 <파리마치>의 한 사진을 문제 삼은 바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프랑스 군복을 입은 한 흑인 소년병이 어딘가를 향해 거수경례하는 사진이다. 하지만 사진이 실렸을 당시 프랑스와 알제리 사이에는 식민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즉, 심층적으로는 흑인들도 프랑스에 충성하고 있으니 프랑스의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정당하다는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미디어를 통한 이데올로기의 확산은 주로 권력의 주체가 비 주체를 억압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이미지를 해석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기호를 이용한 자본주의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인 ‘빼빼로 데이’는 아무 연관성이 없던 빼빼로와 사랑에 기호학적 연관성을 심어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여기에 동조하지 않았더라면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최근 SNS를 통한 개인들의 정보 유통과 아프리카 TV, 유튜브, 팟캐스트와 같이 기존 수용자들이 곧 생산자로 활동하는 콘텐츠들의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앞으로 수용자의 미디어 콘텐츠 구성과 의미생성에서 기호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오늘날 기호학의 나무는 다양한 학문 연구에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다. 현재 기호학계에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기호학적으로 접근하는 공간 기호학과 대세로 자리 잡은 ‘쿡방’, ‘먹방’과 관련된 음식 기호학이 새롭게 등장했다. 『문화기호학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저술한 인하대 사회교육과 김영순 교수는 “인간 탐색의 유용한 도구인 기호학이 현대사회의 자본이 만들어내는 기호 마케팅 전략들을 읽고 파헤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했다.

마케팅에 기호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마케팅은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심층면접, 실험조사 등 시장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양적 조사의 대안으로 질적 조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그 유용성과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필립 그레이브스는 시장조사란 근본적으로 의식적인 과정인 반면 소비자 행동은 무의식적 마음의 부산물이므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고 난 뒤에도 그 요소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 행동을 결정지었는지 잘 알 수 없다고 단정한다. 따라서 시장조사는 늘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모든 기호학이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로라 오즈월드는 분석의 근간이 되는 구조기호학에 문화기술지와 같은 질적 조사방법을 보완하여 기존 마케팅 조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또 이항대립, 코드, 구조화하다(structure), 브랜드 지형, 세미오시스다. 이항대립은 기호학적 분석의 핵심이며, 코드는 기호학적 분석의 최종 목적이다. 구조화하다는 텍스트의 분절과 코드의 구성 방식이고, 브랜드 지형은 브랜드의 사회문화적 양상 전체를 볼 수 있는 상징적 체계다. 세미오시스는 기호학의 역동적이고 변증법적 특징을 말해 준다. 특히 이항대립은 브랜드를 포지셔닝하고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 분석에 활용되는 코드의 유형은 잔여 코드, 지배 코드, 새롭게 떠오르는 코드다. 잔여 코드는 동력을 잃어버리고 유행에 뒤처진 코드를 말한다. 정숙한 젊은 여성의 드레스 코드였던 높은 깃과 긴 치마와 같은 것이다. 지배 코드는 주어진 시기의 문화에서 널리 수용되는 코드를 말한다. 하지만 그 지배력이 확장되면서 독창성과 강렬함을 잃는다. SUV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였지만, 친환경 운동이 부흥하며 지배력을 잃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코드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코드를 말한다. 2003년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로 꼼꼼하고 반항적인 새로운 소비자 집단의 관심을 끌어들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저작권자 © 시사뉴스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인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