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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장품 名家 시슬리 필립 도르나도 CEO혁신과 품질 기업가 정신을 표방 치열한 경쟁속의 가족 경영으로 성공

몇 년전 시슬리 창업자 위베르 백작이 타계했음에도 시슬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르나노 가문이 이끄는 이 브랜드는 ‘최고 품질’이라는, 위베르 백작의 굳건한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한결같은 철학 속에 현재 필립 회장과 함께 시슬리를 이끄는 크리스틴 부회장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브랜드 전면에 나서려 한다.


위베르 도르나르 등… 9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시슬리는 프랑스 화장품 업계에서는 왕가로 통한다. 화장품 자체가 비쌀 뿐더러 창업자가 유명한 화장품 업계 거물의 후손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 부귀 양면에서 왕가의 자격을 고루 갖췄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시슬리는 1.6온스(45.36g) 모이스쳐 라이저를 475달러(한화 약 51만2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뉴욕의 백화점가인 피프스 애버뉴에 있는 삭스 피프스 애버뉴(Saks Fifth Avenue)는 시실리의 ‘엑스트라 리치 크림’(Extra-Rich Cream)의 수요가 하도 많아 온라인 구매자당 월 구매 수량을 6개(batch)로 한정하고 있다.


위베르는 스킨케어와 화장품 회사인 시슬리를 1976년 인수해 프랑스 화장품 명가로 키웠다. 그는 ‘혁신’과 ‘품질’, ‘기업가 정신’ 등 세가지 기본 가치를 추구했고 이것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위베르와 부인 이자벨은 시슬리가 파리의 한 상점에서 런던 셀프리지스와 모스크바의 GUM백화점 등 세계 90개국의 가장 비싼 가게에서 가장 비싼 값으로 팔리는 브랜드로 변신시켰다. 30여년 만에 억만장자가 된 위베르는 화장품업계의 왕족으로 통한다. 그의 할아버지 귀욤은 프랑스 향수 제조업자 프랑수아 코티를 위해 일하다 1934년 그가 죽자 부인과 함께 1935년 랑콤을 창업했다가 1950년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위베르는 아버지와 형 미쉘과 함께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인 올랑을 런칭해 1968년 매각했다. 올랑 협업자들이 만든 시슬리를 인수해 오늘날의 시슬리로 안착시키는 등 화장품 업계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혈통 또한 왕족이다. 그는 백작이며 이사벨은 폴란드의 바르바라 라지비우 여왕의 후손이다.

시슬리라는 가족 경영
도르나노 가문은 프랑스에서 유명한 귀족 가문이다. 3명의 프랑스 장성과 한 명의 장관을 배출했고, 위베르 도르나노 전 회장의 부인 이자벨 도르나노는 폴란드 왕족 출신이다.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업계에선 시슬리를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로 성공시킨 화장품 명가로 더 유명하다. 랑콤부터 올랑, 현재 운영하는 시슬리에 이르기까지 도르나노 가문은 벌써 3대째 화장품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시슬리 제품의 핵심은 식물 추출성분을 사용하는 ‘피토테라피(phytotherapy·약용식물요법)’다. 피부에 효과적이면서도 자극이 적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세계에서 품질이 가장 좋을 때 수확한 각종 식물로부터 추출한 최고의 활성 성분을 담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특허 받은 식물 활성성분 복합체가 들어 있는 시슬리의 베스트셀러 수프리미아 보므 크림 50㎖ 한 통의 가격은 80만원이다. 위베르 도르나노 백작의 자서전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시슬리는 자연을 사랑하고 항상 노력하는 우리 가족의 정신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시슬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아이디어, 바람과 스타일을 담았다’.


또 “시슬리는 제품의 품질과 효과 덕분에 성장했다. 시슬리를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즉시 시슬리의 고객이 되었다. 예쁜 포장은 그다음 문제였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시슬리 창업자 위베르 도르나노(Hubert d’Ornano) 백작의 자서전 <무한한 아름다움>에 나오는 말이다. 브랜드를 소개할 때 ‘최고 품질’ 같은 수식은 진부할 정도로 흔하고 당연시되는 말이지만, 그것이 시슬리에 대한 이야기일 때는 그 진정성의 깊이가 달라진다. 어떤 제품을 만들 때의 의도와 목적이 매출과 화제성이 아닌 퀄리티일 때 그 제품은 세대를 넘어 사랑받을 자격을 갖췄기에 일찍이 스킨케어 브랜드를 창립한 아버지 때부터 화장품 세계를 들여다본 위베르 전 회장에겐 최고 퀄리티 외에 화장품을 만들고자 하는 다른 이유가 없었을지 모른다. 사업가의 피를 물려받아 50세에 시슬리를 탄생시킨 위베르 도르나노, 그리고 아내 이자벨 도르나노(Isabelle d’Ornano)에게 시슬리는 여섯 번째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2015년 위베르 백작이 세상을 떠난 뒤 지금은 그들의 다섯 자녀 중 두 자녀가 시슬리를 이끌고 있다. 첫째 아들 필립 도르나노(Phillippe d’Ornano) 시슬리 현 회장과 막내딸 크리스틴 도르나노(Christine d’Ornano) 부회장이다. 시슬리라는 브랜드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도르나노 가문의 구성원이지만, 오빠 필립에 비해 앞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 그런 그녀가 지난 4월 초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과 함께 에디터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그동안 시슬리 영국 지사 운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필립 회장과 함께 시슬리 본사 운영을 책임지며 서서히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립 회장과 그녀는 형식상 타이틀이 다르지만, 동업자이자 파트너로서 앞으로 시슬리를 책임질 예정이다. 시슬리를 이끌 다음 세대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대대로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 사업을 해 온 이유에 대해 묻자 필립 도르나노는 “외교관이었던 할아버지가 당시 ‘향수 왕’이라 불리는 프랑수아 코티를 만나면서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었다. 3명의 주주와 랑콤을 공동 설립했고, 이후 로레알그룹에 매각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함께 올랑(68년 미국의 모턴- 노위치사에 매각)을 만들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76년 아버지가 독자적으로 설립한 브랜드가 시슬리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비즈니스에서 가족 경영은 어떤 경쟁력이 있었을까.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 창립자였고, 아버지가 지난해 돌아가신 뒤에는 어머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고 있다. 큰아들인 내가 회장, 여동생은 부회장으로 마케팅을 담당한다.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좋은 화장품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제품을 10년 동안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가족 경영을 하면 일관된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80년간 화장품 업계에 있었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나와 어머니·동생은 물론 마케팅·패키징팀 등이 모여 제품 회의를 한다. 재무 현황은 제외한, 오로지 제품에만 집중하는 회의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경영방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에 대해 묻자 그는 “아버지의 집무실은 항상 열려 있었다.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직원 모두가 아버지와 어떤 주제로도 얘기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집을 방문하는 일도 잦았다. 전 세계의 판매직원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을 방문해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대표와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직원들에겐 동기 부여가 된다. 원한다면 누구든 회사 대표와 이야기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시슬리 스타일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76년 설립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큰 성장을 이룬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물론 제품의 품질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살아 남으려면 독보적인 퀄리티의 제품은 필수다. 마케팅으로 반짝 성공을 이룰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선 최신 기술과 최적의 포뮬러가 결합된 하이엔드(high end·동일 제품 중 가장 기능이 뛰어난) 제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슬리의 다음 세대
위베르 백작의 자서전을 보면, 크리스틴은 예전부터 시슬리가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데 눈에 띄게 큰 활약을 했다. 그녀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백화점 바이어로 경력을 쌓은 뒤 시슬리에 합류했다. 이후 멕시코 시장에 시슬리를 성공적으로 진출시켰고, 이는 추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전역으로 시슬리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999년에는 유럽으로 돌아와 영국과 아일랜드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최근까지도 영국 지사를 이끌었다. 시장을 내다볼 줄 아는 사업 수완과 더불어 비주얼을 보는 안목까지 갖춰 시슬리의 크리에이티브 부분에 많은 관여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슬리를 보며 감각적 비주얼과 감성이 더 풍부해졌음을 느꼈다면, 크리스틴의 터치 덕분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슬리에는 중요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이자벨의 손녀이자 크리스틴의 조카, 다리아 도르나노다.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나아가는 시슬리의 현재를 볼 수 있게 하는 인물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한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여전히 브랜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이자벨 여사와 크리스틴, 다리아까지 취향과 감각이 뛰어난 도르나노 가문의 여성들을 보면 시슬리에 또 다른 기대감이 생긴다. 
 

지용웅 대기자  goyow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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