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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도입 ‘좋은 일자리’ 올까경제학자 73% ‘기본소득제 도입’ 부정적

기본소득은 단순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책이 아니라, 공통 부의 기원을 밝히고 재분배하는 것에 가깝다. ‘좋은 일자리’의 상도 바뀔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가 돈을 그냥 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워낙 단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이런 제안을 하는지 파악하는 이도 많지는 않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낯설지 않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개념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일까 
‘일자리 증가’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자동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바람이 불며 일자리는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고용이 많이 창출되고 국민 소득이 높아지는 시대가 아니다. 이렇듯 고용 없는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본소득이 주목받는 것이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BIEN:Basic Income Earth Network)는 기본소득이 “수입이나 고용 상태 조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정기적 현금”이라고 정의한다. 쪼개어보면 정기성·현금성·개별성·보편성·무조건성 등이 기본소득의 요소다. 기본소득을 정의하는 출발점이자 타협할 수 없는 제1원리는 학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되어 있다.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일할 의사가 있든 없든, 가족이나 친척이 얼마를 벌든 아무런 의무도 부과하지 않고 현금을 주는 제도가 기본소득이다.‘무조건적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에는 철학적 논거가 있다.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을 이끈 사상가 토머스 페인은 1796년 〈농업의 정의〉에 기본소득과 흡사한 제안을 했다. “전국적 기금을 창출해 21세가 된 이들 모두에게 15파운드를 주는 것”이다. 당시까지 나온 공공복지 제안은 대개 기독교 윤리에 바탕을 둔 시혜에 가까웠다. 하지만 페인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페인에 따르면, 토지는 인류의 공동재산이다. 그렇다면 설사 어떤 부지런한 농부가 황무지를 개간해서 쓸 만한 농토로 만들었다 해도, 그 땅을 해당 농부의 ‘소유’로 볼 수는 없다. 그 농부의 몫은 황무지가 농터로 변하면서 추가된 가치(부가가치)이지 토지 그 자체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간자가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까지 행사하게 되는데, 페인은 그 소유자가 공동체(토지의 진정한 주인)에 대해 빚을 지는 것이라고 봤다. 이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들은 세금을 내고, 공동체 성원이 그 돈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게 페인의 주장이었다. 오늘날의 기본소득론자들 역시 이 같은 ‘권리론’에서 정당성을 찾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토지 이외의 유·무형 자산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생겼다. 공기는 만인의 것이다. 그런데 대기질을 저하시키는 대가로 얻는 이익은 공장이 가져간다. 개인정보도 만인의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이용해 번 돈은 기업이 얻는다. 이렇게 보면 기본소득은 단순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책이 아니라, 공통 부(共通富)의 기원을 밝히고 이를 재분배하는 작업에 가깝다. 고용률이 높고 이에 따라 공통 부가 원활히 분배되던 시기에는 이런 논의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임금의 혜택을 안정적으로 누렸기 때문이다. 기업은 ‘만인의 것’에서 얻은 이익을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하고, 노동자는 가족을 부양한다.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대기업이 그 중심에 있었다. 1950년대 제너럴모터스(GM)의 CEO였던 찰스 윌슨은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라고 말하곤 했다.‘임금을 통한 분배’ 모델이 위태로워졌다는 게 기본소득론자들의 위기의식이다. 기업이 사람을 직접 고용할 필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학자들,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
국내 저명 경제학자들이 정치권에서 논쟁 중인 기본소득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한국경제학회는 최근 기본소득 설문 내용을 담은 경제토론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토론 결과에는 기본소득 도입 찬반 4개씩 총 8개 문항에 대한 경제학자 34명의 답변이 담겼다. 대체로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근거 부실이나 논리 부족 등의 이유로 문항의 적절성을 지적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공유부(common wealth)의 배당 개념으로서 기본소득 도입이 당연하다’는 문항에는 약한 부동의(35%), 강한 부동의(38%) 등 반대하는 의견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기술 변화로 일자리로부터의 소득 기회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는 답변이 37% 나왔지만, 여전히 반대 의견(56%)에 못 미쳤다. ‘근로와 급여의 연계성을 끊는 기본소득은 시민사회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명제에는 동의(44%)가 반대(35%)를 앞섰다. ‘기본소득으로는 급여 수준이 너무 낮아 사각지대 해소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72%)가 다른 의견을 압도했다.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기본소득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기본소득의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에도 공감하는 견해(55%)가 과반을 차지했다. ‘소비성향이 큰 저소득층의 소득 보장에 재원을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므로 기본소득의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문항에서는 동의(50%)와 반대(44%)가 비슷했다. 
이밖에 ‘선별 복지에 따른 사각지대 형성과 복지 재원의 총량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동의 21%, 반대 70%)와 ‘공공 영역을 축소하면서 일정 수준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긍정적이다’(동의 27%, 반대 50%)는 문항에서도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최근 약 10일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경제토론에 참여하는 전체 학자 74명 중 34명이 답했다. 
                                       

김근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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