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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원데이>세상을 즐기고 성공 꿈꾼다

‘20년간 반복된 그날… 스무 번의 특별한 하루!’ ‘하루를 살아도 만나고 싶은 사랑’<원데이>(2012년 개봉) 포스터에 쓰인 문구다. 포스터만 봐도 시간, 사랑이 연관된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물론, 동화같은 배경에 ‘하루’를 매개체로 한 구성이 탄탄하다.


짚신도 짝이 있다지만 세상 모두가 커플이 될 수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사랑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 사랑을 시작하기 전, 내 마음을 준만큼 그에게도 돌려 받을 수 있는지, 나의 두근거림에 대한 대답을 그에게 들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짝사랑은 상대의 허락 없이 가능하지만 연애에는 분명 조건이 필요하다. 한 방향으로 뻗은 사랑은 결핍이다. 전기가 흐르듯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할 때 비로소 하나의 사랑, 연애가 가능한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결핍’의 대표격인 한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이 뻗은 곳에 ‘청춘 놀이’에 빠진 한 남자가 있다. 


대학 졸업식날 만난 둘은 우연치 않게 하룻밤을 보내려다 어긋난 일을 계기로 친구가 됐다. 여자는 오래전부터 남자를 짝사랑했지만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남자에게 그녀는 편한 친구일 뿐이다. 부유한 집안에 훈훈한 외모까지 갖춘 덕에 흥청망청 살아가는 남자와 작가라는 꿈을 향해 버거운 현실과 싸워가며 열심히 달려가는 여자는 오랜시간 위태위태한 우정을 이어간다. 영화를 이어가는 중심 코드는 두 가지다. 우정으로 포장된 사랑 그리고 7월 15일. 졸업식이 있던 1988년 7월 15일 새벽을 함께한 이후 두 사람의 연결고리와도 같은 스무번의 7월 15일을 남자와 여자는 따로 또 같이 보낸다. 
덱스터는 여자와 세상을 즐기고 성공을 꿈꾼다. 마음 속 진정한 사랑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한 채 20년 동안 반복되는 7월 15일, 두 남녀는 따로 또 같이 삶의 순간들을 마주한다. ‘성 스위틴 데이’라고 불리는 7월 15일은 ‘그날 비가 내리면 40일 내내 비가 내리고, 반대로 맑다면 40일 동안 아름다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는 영국의 전설 속 하루다. 영화는 1988년부터 2011년까지의 스무 해 동안 바로 이 7월 15일만을 보여준다.
 

베스트셀러였던 동명 소설 ‘원데이’가 영화의 원작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인물들의 모습, 그리고 사랑과 우정 앞에서 엇갈리는 순간들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동명 소설 ‘원데이’가 영화의 원작이다. 2010년 발간 당시 영국 ‘선데이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시작으로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여러 유럽국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원작의 작가 데이빗 니콜스가 영화의 각본가로 직접 참여했다. 원작 소설 고유의 분위기를 살리며 스크린 속에서 다시 한 번 그림 같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매개체인 ‘원데이’는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같다. 1년에 한번 7월 15일은 두 사람의 마음이 오갈 수 있는 시간이지만 스무 번 가까이 서로의 마음은 온전히 닿지 못한다. ‘어휴 답답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과정들이 더 풋풋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특히 시대별로 변하는 앤 해서웨이의 스타일은 그녀의 팬이라면 단지 여주인공 하나만 보는 재미로도 영화를 관람할 충분한 이유가 될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 2004년 개봉한 영화 ‘이프온니’를 떠올렸다. 묽은 수채화 같은 이미지와 가랑비에 마음이 젖는 것 같은 느낌이 닮았다. 무엇보다 함께 있는 지금의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똑같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는 커플들은 한 마음일 것이다. 스크린 속 커플들의 과거에서 본인들의 과거를, 답답한 현재에서 지금의 방황을, 미리 펼쳐진 미래에서 아찔한 깨달음을 얻는다. 
사랑이 사랑에게 상처주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이유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는 어리석음이 후회를 부르는 것이다. ‘원데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어줄 것 같은 사람일수록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깨우쳐 준다. 지나친 극적요소가 없는 탓에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큰 현실감에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든다.                                                  
        취재_ 김근혜 기자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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