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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실체는?게놈 데이터 약 1만개 연간 25개 정도 돌연변이…

세계보건기구(WHO)수석과학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사태를 통제하는데 앞으로 4~5년은 걸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 놓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자주 마주할 수도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어떻게 대체하는 게 좋을까. 그동안 전 세계 과학자들이 내 놓은 주요 연구 성과를 토대로 코로나19의 실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최근 글로벌 보드룸(Global Boardroom) 화상 컨퍼런스에서 “이것(코로나19)을 통제하는데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면서 “(앞날을 내다보는) 크리스털 구슬은 없다. 팬데믹(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잠재적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19를 통제하는데 “백신이 현재 최선의 방안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효능과 안전성 면에는 “많은 가정들과 반전들(lots of ifs and buts)”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다면 백신이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변이가 많이 일어났을까?
과학자들이 감염병 바이러스 게놈 정보를 공유하는 ‘인플루엔자 감시망(GISAID)’에 지금까지 공유된 코로나19 게놈 데이터는 약 1만 개다. 이 중 게놈 분석 국제 프로젝트 ‘넥스트스트레인(Nextstrain)’이 지난 4개월 동안 실시한 3600여 건의 해독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연간 25개 정도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DNA 구조의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변이 속도가 빠르지만, 같은 기간 50개 가량의 변이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는 오히려 느리다. 사실 모든 생명체에게 변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변이가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그걸 큰 문제의 전초현상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 

변이 자체보다는 변종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 예컨대 돌연변이가 바이러스의 어떤 기능을 바꿔 치사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식의 변종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변종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 물론 이게 앞으로도 변종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나친 우려는 자제해야 한다.‘넥스트스트레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1a, A2, A2a, A3, A6, A7, B, B1, B2, B4 등 총 10개의 ‘계통군(clade)’으로 구분된다. A로 시작하는 계통군은 주로 유럽에서, B가 붙은 계통군은 주로 아시아에서 넘어왔다. 미국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의 경우 시민에게 퍼진 바이러스 계통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A2a로 드러났다. ‘넥스트스트레인’의 시각화 툴을 이용해 A2a 계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뉴욕 내 확산 시점을 보면 3월부터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 정부가 유럽발 입국 금지 정책을 펼쳤는데, 게놈 분석 결과만 놓고 보면 뉴욕은 유럽에서 넘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에 실패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딱 2개의 바이러스 계통군이 발견된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B 계통군이다. 흥미로운 건 나머지 하나인 A1a인데, 이 게놈 해독 데이터를 역추적해보면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내부에 있는 군 병원이 등장한다. 유럽에 다녀왔거나 유럽인과 접촉한 미군 또는 미군기지 근무자가 A1a 계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상륙을 본의 아니게 도운 셈이다.
 

인종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다르다?
일단 유색인의 코로나19 감염 비율이 더 높게 측정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건 사실이다. 영국 라이케스터대 병원의 캄레시 쿤티 교수팀이 4월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19 중증환자 2249명 가운데 64.8%는 백인, 나머지 35.2%는 백인 외 인종으로 나타났다. 영국 인구에서 백인 외 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유색 인종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상당히 높은 셈이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감염 비율은 백인의 3배에 달하고 치명률은 6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생물학적 차이로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유럽과 미국 내 소수 인종 상당수가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주거 밀집 지역에 살기 때문이다. 백인과 백인 외 인종의 사회·경제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요양시설·정신병원·콜센터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모인 곳이 많았다. 김태형 연구원도 “코로나19 감염률이 인종마다 상이하다는 주장이 과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위협적이다?
여러 국가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 자료를 보면 실제로도 남성 사망자 수가 더 많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젠더와 글로벌 건강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중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 등 코로나19 사망자 정보를 공개한 모든 나라에서 남성 사망률이 여성을 압도했다. 이 중 한국과 이탈리아는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국가인데도 사망률은 남성이 앞섰다. 중국 베이팅 통런병원이 코로나19 환자 1099명의 정보를 분석해 4월 말 국제 학술지 ‘보건학의 프런티어’에 발표한 논문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병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비율은 남녀가 비슷하지만, 중증 환자로 넘어가는 비중은 남성이 높다. 
특히 사망자는 무려 70%가 남성으로, 여성(30%)보다 2.4배 많았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뿐 아니라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시기에도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남성에게 유독 치명적인 이유는 뭘까.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남성이 호흡기나 신경계에 해로운 흡연을 여성보다 즐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이 흡연 환자 정보가 포함된 코로나19 관련 논문 12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감염자의 17.8%에서 흡연 이력이 발견됐다. 흡연 비경험자는 9.3%였다.
 

폐·장 등에 침투하면 어떤 부작용을 낳을까
혈전(血栓·피가 굳어서 생기는 덩어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와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대 병원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 106명을 1개월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환자 가운데 30%가 급성 폐색전증을 앓았다. 폐색전증은 정맥에 생긴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해 폐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호흡 곤란과 두통, 실신 등을 야기한다. 비슷한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에서도 나왔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2773명의 의료 기록과 사망자 75명의 부검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환자 중 항응고제(혈전 치료제)가 투여된 이의 사망률은 29%로 나타났다. 이는 항응고제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63%)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또 연구진에 따르면 항응고제를 투여한 환자는 인공호흡기 치료 시작 이후 21일 만에 사망한 데 반해 투여하지 않은 환자는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WHO “퇴치 불가능할 수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종식 단계에 접어들었던 중국과 한국 등에서 신규 확진이 다시 늘어나면서 이제 코로나19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일종의 풍토병으로 정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화상 브리핑에서 마이클 라이언(Mike Ryan)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엔데믹(endemic: 풍토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물러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HIV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료제와 치료방법을 발견해 대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HIV 보균자들에게 오래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질병을 비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도 이 질병(코로나19)이 언제 사라질지 또는 정말 사라질지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아주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고, 그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신이 아주 효과적이어야 하고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수미야 스와미나탄(Soumya Swaminathan) WHO 수석 과학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글로벌 화상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퇴치에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유발하는 병증은 물론 코로나19 자체에 대해서도 좀 더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고, 백신이 개발돼도 어떤 부작용을 유발할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엔데믹(endemic)은 한정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 에피데믹(epidemic)은 엔데믹이 널리 급속히 확산되면서 비교적 넓은 영역에 퍼지는 감염병, 팬데믹(pandemic)은 에피데믹을 넘어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경고 단계 중 최고 단계에 해당된다. WHO가 지난 3월 11일 발병 3개월 만에 전 세계 121개국에서 12만 4천 명이 확진되고, 4천585명이 숨지고 나서야 팬데믹을 선언한 코로나19는 이제 퇴치하기 힘든 질병으로 함께 살아야 할 엔데믹, 감기 같은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의주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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