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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묻는다재정지출 어떻게 할까 긴급재난지원금이 불 지핀 재정건전성 논란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국가재정의 건전성(fiscal soundness)’이란 단기적으로는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채무상환 능력이 있는 ‘지속가능한 재정 상태’를 가리킨다. 재정건전성은 매년 예산을 편성하거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위기가 닥쳤을 때 등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고 할 경우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렇다면 재정건정성이 왜 중요하며, 현재 한국과 유럽의 상황은 어떠한지 집중적으로 파헤쳐본다. 

재정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은 늘어가는데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전자는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후자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건전성은 왜 중요한가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채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적자 상태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채는 곧 정부 부채와도 같다. 정부 수입이 생기면 상당 부분은 다시 부채를 갚고 이자를 내는 데 써야 한다. 이는 적자 심화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화폐경제와 실물경제도 모두 훼손된다. 우선 확장적 재정정책 자체가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동반할 우려가 있다. 또 재정적자가 지속하면 잉여 자금이 부족해 실질 저축이 감소한다. 실질 저축 감소는 실질 이자율 상승, 투자 감소, 실질 생산 감소,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도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재정건전성은 국가 신용도를 보여주는 대외 지표다.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훼손→원화 가치 하락→자본 유출’의 단계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정건정성의 적정 수준은 어떻게 될까? 적정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유럽연합(EU)은 ‘마스트리흐트조약’과 ‘안정·성장 협약’에 따라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은 3% 이하, 국가채무비율은 60% 이하로 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시기별로 적정 수준을 다르게 설정한다. 정부는 2010년대 초반 국가채무비율을 30%대 수준으로 유지했다. 소일섭 전북대 교수는 당시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요청으로 펴낸 연구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부담이 본격화하고 통일비용이 소요되기 이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30%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복지 부담이 본격화하면서 정부는 기준을 좀 더 낮춰 왔다. 
기획재정부는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023년까지 3%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에 40%대에 도달한 뒤 2023년까지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기획재정부의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2010년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20개국과 신흥국 24개국 자료를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국가채무비율이 90%를 넘으면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평균 4%포인트) 낮아졌다. 신흥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2% 이하로 관리하려면,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선 안 된다.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의 긍정적 효과도 고려해 수치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번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확정으로 2020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1%, 국가채무비율은 41.2%까지 올라갔다. 정부의 애초 관리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재정 낙관론자는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내 수치를 해외 사례와 비교한다.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비율은 2018년 기준 40.1%로 미국(107%), 일본(224%), 영국(112%), 프랑스(123%)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그러나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기축통화국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고민하지 않고 발권력을 무한정 동원할 수 있다.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도 무리가 없는 이유다. 또 우려되는 점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다. 
지난해 8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8회계연도 결산분석시리즈’에 따르면, 2000∼2017년 우리나라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11.5%였다. OECD 32개국 중 4위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다음으로 높다. 특히 미래 지출을 고려하면 국가채무비율은 급증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9~2050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고령화 영향 등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 50%, 2050년 85.6%까지 늘어난다. 증세가 없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90% 선을 넘어가면 경제 성장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재정건재성은
한은 미국유럽경제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경험한 유로 지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 겪으면서 유사한 상황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유로지역은 실물경제가 상당히 위축된 가운데 주가 급락, 금리 스프레드 확대 등 금융부문에서도 불안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지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5%로 전망했다. 이탈리아(-9.1%) 스페인(-8.0%) 프랑스(-7.2%) 독일(-7.0%) 등 주요국이 모두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유럽경제팀은 “과거 유로지역 재정위기는 역내 국가간 불균형, 일부 국가의 금융·재정 취약성,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중 일부는 이번 사태에도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세입 감소와 정부지출 증가로 유로지역 국가의 재정지표가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본다. 
유로지역 기초재정수지 비율은 2019년 0.9%에서 올해 –7.1%로 8.0% 포인트 하락했고, 정부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86.4%에서 102.0%로 15.6% 포인트 상승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일부 남유럽 국가의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염병 확산세가 심각한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부채 비율과 기초재정수지 비율이 가장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벨기에 등도 악화 정도가 크다. 과거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미국유럽경제팀은 단기간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면서도 일부 남유럽 국가의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신용등급도 투자등급 하한에 근접한 점을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5년물)는 최근 7일 기준 각각 2.37% 포인트, 1.25% 포인트로 코로나19 본격 확산 이전인 1월 말(각각 1.07% 포인트, 0.38% 포인트)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독일 프랑스의 CDS 스프레드가 각각 0.24% 포인트, 0.42% 포인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바로 윗단계인 BBB-로 낮췄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중앙은행과 대형 금융기관이 국채를 매입할 수 없거나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급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무디스와 피치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최하단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갑자기 투기등급까지 떨어지지는 않으리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이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하락한 자산도 BB등급 이상을 유지하면 적격담보로 인정하기로 하면서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따른 충격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남유럽 국가의 경우 은행의 자국 국채 보유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일종의 뇌관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평가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ECB는 10년물 독일 국채 기준으로 금리 상승폭이 1.0% 포인트일 때 9.3%, 2.0%일 때 17.6%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유럽은 주요국 은행 간 상호 익스포저(연관 금액)가 커 한 나라의 손실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위험도 크다. 미국유럽경제팀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들은 은행채 및 국공채에 대한 상호 익스포저가 높고, 프랑스도 이탈리아·스페인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편이어서 한 국가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했다.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올해 유로지역 정부부채 비율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차별화 과정에서 재정취약국의 조달비용이 커지면 정부부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될 수밖에 없다. 국채금리가 잠재성장률을 오랫동안 웃돌면 정부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코로나19 확산은 기존 ‘스트레스 테스트’의 위험 상황을 상회하는 충격인 만큼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더욱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ECB가 은행 복원력 평가를 위해 설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1.7%, 국채금리(10년물) 상승폭은 1.30% 포인트로 지금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실물 부문의 충격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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