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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1조 매출 올린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대 도래 헬스케어그룹으로 세계시장 우뚝

지난 2014년 바이오의약품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11조원으로, 메모리반도체의 97조원 규모를 이미 2배 이상으로 뛰어넘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2020년 세계 시장 규모는 2780억 달러(약 33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 도래와 의료 기술 발전과 맞물려 연평균 8.7% 성장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시장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기민하게 대처한 바이오 기업이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의약품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 모두를 직접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바이오제약회사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충북 출생으로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다 김우중 전 회장의 눈에 들어 기획재무 고문으로 승진했지만 IMF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었다.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우차 출신 동료 10여 명과 함께 ‘넥솔’을 창업했으며, 현재 셀트리온의 전신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판단은 남달랐다.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바이오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이제 종합 헬스케어그룹을 향해 달려간다. 20년 남짓한 시간에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키웠다.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를 목적으로 세워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글로벌시장 선점도 꾀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세계 70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에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서 회장은 핵심을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활동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일이 안 풀리면 현장으로 나가 몸으로 부딪치며 실마리를 찾는다. 무엇보다 가장 즐거운 취미생활로 해외출장을 꼽을 정도로 ‘일 자체’를 즐긴다.



사채 써가며 맨손으로 일군 ‘1조 제약 클럽’ 
“부도를 막기 위해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까지 쓸 정도로 절박했다.” 서 회장이 강연 중 소개하는 유명 일화 중 하나다. 의약품과 관련한 지식이 없었음에도 절박함과 간절함을 앞세워 바이오 업계에 뛰어들었던 그다. 그리고 연구를 통한 제품 개발 절차가 아닌 바이오CMO(수탁생산)라는 역발상으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가로 성장했다. 삼성전기와 대우자동차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었다. 2000년 친구들과 종잣돈 5000만원을 모아 창업을 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값비싼 오리지널약을 계속 쓸 수 없다는 판단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무작정 바이오산업의 허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접시닦이 등을 하고, 싸구려 모텔을 전전했던 그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스탠퍼드 대학의 토머스 메리건 에이즈 연구소장을 매일 찾아간 끝에 결국 한 장의 추천서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서 회장은 백신 개발회사인 미국 백스젠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으며 바이오 사업가가 됐다. 기술력이 없었지만 무턱대고 제조 시설부터 준비했다. 인천 송도에 5만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지었다. 제품도 없는데 대형 공장부터 마련한 그에게 부정적인 시선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작은 규모가 아닌 엄청난 규모의 생산 공장이었기에 무모한 도전이다.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공장의 완공 1년을 앞두고 결국 일이 터졌다. 에이즈 백신의 임상 3상이 실패하면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은행에서조차 돈을 빌릴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를 써야 했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그는 2005년 3월 공장을 완공했고, 다국적 제약사 BMS와 CMO 계약을 하면서 2007년 63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는 “창업을 위해서 목숨까지 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시대적 흐름을 읽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 진출과 글로벌 직판체제 구축 본격화
서 회장은 중국 진출과 케미칼의약품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웠다. 서정진은 지난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직접판매 네트워크 구축, 케미칼의약품사업, 중국 진출 등 셀트리온그룹의 두 번째 도약을 이끌 사업계획 및 중장기 비전을 소개했다. 특히 중국 진출 의지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은 세계 2위 규모의 제약시장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중국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을 이용하지 못해온 중국 환자들이 합리적 가격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케미칼의약품 생산을 위해 지난 2015년 셀트리온제약 청주 공장을 준공했고 에이즈 치료제를 중심으로 시장성 있는 케미칼의약품 제품 품목을 준비해왔다.    

서 회장은 글로벌시장에서 의약품의 직접 판매 유통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한 뒤 의약품 직접 유통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 개발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바이오제약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이 글로벌시장에서 직판 시스템을 구축해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다른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들도 글로벌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사업계획을 공개했었다. 셀트리온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미 미국, 유럽의 영국, 독일 등 8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등 총 20여 개 나라에 현지지사를 세웠다. 또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 현지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AI 원격 진료 등 종합 헬스케어그룹 청사진   
셀트리온은 현재 84개국에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고, 30개의 파트너사와 교류·협력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16년 이미 단일제품으로는 1조원 수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연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를 잇따라 히트시키고 있다.
서 회장의 화두는 게임체인저다. 셀트리온에 붙여진 ‘퍼스트무버’라는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해 성장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바이오제약사로 변모해야 빅파마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 “주주들이 원하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품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계속 인하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코스트(Cost)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R&D, 임상, 생산뿐 아니라 세일즈 단계까지 전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시마SC,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제품도 차별화하고 있다. 서 회장은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램시마SC를 런칭할 것”이라면서 “미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가 절차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물 기반 1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인슐린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서 회장은 “기술도입(License-in)과 자체 및 공동 개발 방식으로 2023년 전세계 400억 달러(약 46조 5000억원) 규모의 당뇨시장에 진출하겠다”면서 “인슐린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사기 가격이 중요해 관련 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려 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백신 사업과 관련해서 종합인플루엔자 항체 신약 CT-P27의 개발을 완료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폐렴백신, 대상포진백신 등 후속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합성신약 부문에서는 미국에서 25개 제품을 승인 받아 현지에서 공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2020년 말 은퇴계획 밝혀
서 회장에게는 시가총액 3위의 바이오기업을 일군 ‘글로벌 기업가’, 연탄가게 아들 출신의 월급쟁이가 단돈 5천만원을 들고 일군 ‘흙수저 신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의 두번째 부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서 회장은 2020년 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셀트리온그룹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1957년생인 서 회장이 올해 용퇴를 결정한 이유는 남들보다 한 발자국 먼저 움직여야 기회를 잡는다는 개인적 신념과 경험 때문이다. 서 회장은 1년 전 공식 은퇴를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샐러리맨 생활부터 그룹 총수 자리까지 와보니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갈 때를 아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다른 회사의 회장님들을 만날 기회가 잦은 데 은퇴 후에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회장은 타이틀이지, 왕이 아닙니다. 회장이 70살이 넘도록 은퇴하지 않은 기업의 말로가 좋았던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성공 비결을 “한국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독특한 주장을 폈다. 또 기업가 정신은 없지만 자신만의 ‘개똥철학’은 있다며 “기업은 곧 사람(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은퇴에 앞서 셀트리온을 개발과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할 수 있는 글로벌 종합바이오제약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셀트리온이 나아가야 할 5단계 로드맵도 공개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1단계는 ‘자체 기술력 확보’이고 2단계는 ‘의약품 개발역량 확보와 제품 라인업’이다. 3단계는 ‘상업화와 글로벌 임상 진행’, 4단계는 ‘생산기지 다원화’, 5단계는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초 기준 셀트리온은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고 2019년, 2020년 2년 동안 셀트리온이 해외로 생산을 다변화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직판체제를 구축하는 다음 단계 목표에 도전한 뒤 2020년말쯤 미련없이 물러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은퇴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올해 말 은퇴한 이후 핀란드에서 AI를 활용한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핀란드 정부와 이와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셀트리온의 신사업과 동일한 분야다. 서 회장은 유럽 등지에서 현장 경험을 하며 노하우를 쌓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성공의 열쇠가 ‘열정과 절박함’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창하게 영어 못한다고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열번 찍으면 나무는 다 넘어가게 돼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좀 더 도전적이 될 것을 주문했다. 또 그는 “내 후배들이 기업을 이끌겠지만 셀트리온그룹은 의약품을 저렴하게 개발, 공급해 더 많은 환자를 구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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