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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쟁점4차 산업혁명 관점서 찾아야 노동의 사회적 안전망 밖에…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노동의 형태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만 50만명 가량이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법률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다. 그에 따라 노동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쟁점’을 살펴본다.


요즈음 핫한 말 중 하나는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 노동은 SNS,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공유경제 등 새로운 시대의 용어들과 함께 소비자와 노동자를 매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현실을 이름짓는 말이다. 우버택시부터 카카오 카풀, 요기요, 타다 등이 대표 사례다. 

플랫폼 노동 정책
플랫폼을 매개로 플랫폼 업체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제하고 직접 소비자로부터 서비스 대가를 받는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는 현행법으로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자(특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 사실 특고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퀵서비스기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근로자와 유사한 보호가 필요한 노동으로 계속 문제가 돼 왔다. 그러나 현행법은 문제가 된 몇몇 직종에 특별히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보호만 열어줄 뿐 근로자로 인정하지는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은 단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저임금, 4대보험 등 노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밖에 놓인다는 의미다. 설령 산재보험처럼 예외로 보호 받는다고 해도, 근로자를 전제로 짜여진 체계 하에서 이질적인 예외노동일 뿐이어서 혜택은 제한되고 대상자의 비용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을 제공하는 경우만을 근로자로 인정해서다. 즉 근로계약으로 약속한 시간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그 시간 동안 사용자에게 ‘종속’돼 사용자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혁명 당시의 공장제 노동처럼 노동자가 공간적, 시간적으로 구속되는 방식의 노동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종속적이라는 것은 결국은 대등하지 않은 힘의 관계를 의미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이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를 사용(지시·감독)해 경제적 이익(이윤)을 가져가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힘의 차이로부터, 노동 보호의 필요성이 생겼다. 노동을 제공하는 사회적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종속적 관계는 다르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근 불법파견 논란이 있는 타다는 고품질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고객응대 매뉴얼을 정하고, 이용한 고객들 별점으로 품질을 관리한다. 타다가 서비스 내용과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애초에 생산수단인 차량 소유도 타다에 있고, 알선과 파견업체라는 형태로 운전자를 고용하며 자동차 랜트사업이라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사업목적에 맞는 법적인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여객운수사업법상 금지된 자동차대여업자의 운전자 알선이 11인승 이상 15인승 미만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예외가 있어, 알선의 범위를 넘지 않도록 운전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여러 파견 업체를 통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위험에 노출 심해… 정부가 정책 마련해 보호하겠다 
이에 정부가 배달 라이더나 가사노동 등 플랫폼 노동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증가와 함께 안전문제 해결과 근무처우 보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플랫폼 노동 관련 구체적 정의도 없다. 당분간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업계 내 이견이 분분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월 중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전대책에 방점을 뒀다. 우선 산재보험 문제 해결에 나선다. 배달 라이더는 사고 위험이 높은데 반해 산재보험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따르면 18~24세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중 45.8%가 배달 사고로 사망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4대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근로 안전 지침도 마련한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는게 핵심이다. 이에 배달중개사업자는 라이더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 근로조건도 개선될 움직임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퀵서비스와 배달 라이더 대상 표준계약서 내용을 만들기 위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배달 대행사와 배달기사 간 배달료 지급 기준 및 방식, 수수료 지급 방법,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업계는 내용을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도 플랫폼 노동자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시 시민이 참여한 서울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은 최근 서울시에 플랫폼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이 함께 협의기구를 만들어 표준계약서 작성과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시도 이를 수렴해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 마련에도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다만 구체적인 해법 마련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플랫폼 노동자를 어떻게 법으로 정의하고 어떤 사회안전망으로 포괄할 수 있을지에 의견이 달라서다. 현재로서는 플랫폼 노동 정의조차 힘들다. 배달 앱뿐 아니라 가사노동자, 대리기사,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수많은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근무 형태가 등장한다. 같은 배달 라이더도 근무 형태가 모두 다르다. 쿠팡플렉스나 배민커넥트같이 일반인도 1~2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무 방식과 배달대행 업체에 속해 배달앱 주문을 수행하는 형태 등이 혼재됐다. 또 여러 정부 조직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4차혁명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여러 행정 조직에서 플랫폼 노동 관련 대책을 업계와 함께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이 쉽지 않아 논의가 잘 진전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노동, 4차산업혁명 관점으로 보기
플랫폼 노동 문제의 본질은 사실상 특정 기업의 서비스를 위해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그 계약방식이 전통적인 근로 계약에 따르지 않고 사업자와 사업자 간의 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동 3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은 사실상 노동자이면서도 노동권을 보장받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문제의 경우 전통적인 노사 문제로 풀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비즈니스와 근로의 형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협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바른 나황영 변호사는 “사업자 간 대등한 지위에 따른 자유로운 계약 변경이 이뤄진 것을 판단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인데, 계약 관련 제반 사항을 봐야 명확한 답이 가능하다”면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속해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지, 대가로 돈을 받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더 유니온 같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노동자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동조합법 상 근로자 개념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노조를 떠올리면 근로자 개념이 다름을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나 변호사는 또 “배달 라이더의 경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보다는 사업자 대 사업자 관계로 파악이 되는데 그렇다면 공정거래법 상 하도급 관계로 파악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개별 라이더와 사측 관계를 근로기준법 상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이야기하긴 무리가 있다. 오히려 하도급법 등에 따라 조율할 가능성 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플랫폼 노동자보다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고정된 직장없이, 장소에 종속되지 않은 대표적인 분들”이라면서 “영어로는 플랫폼 워커라고 하는데, 노동은 진영 논리가 섞인 단어다. 플랫폼 휴먼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본질이며,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를 전달해주는 일을 하니 이 같은 표현이 어울린다”고 언급했다. 구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가 업무 지시를 한다고 해서 고용과 노동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또 그는 “집을 지을 때 미장이, 목수, 철공, 전기하는 분들이 각각 오고 현장소장이 작업 지시를 한다. 이분들은 그럼 현장소장에게 고용된 것이냐”며 “그렇지 않다. 이 분들은 모두 개인 사업자다. 집을 잘 짓기 위한 지휘 역할을 따를 뿐”이라고 부연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여러 곳에 일자리를 얻는 것이 장려돼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또 크게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근로자나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것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플랫폼 사업자가 모두를 고용해 4대 보험까지 내주는 방식으로 성장이 어렵다고 본다”며 “문제는 플랫폼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계약 상 불리한 조건을 강요당하면 안되는 것인데 이는 고용이슈가 아닌 공정거래법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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