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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적 완화로 경제 구제한국형 헬리콥터 머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국민들 지갑에 현금을 꽂아주는 국가가 늘고 있다. 나라 빚을 내서라도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을 타개하려는 고육책이다. 다만 상시 개념인 기본소득 자체를 올려주기보다 위기 상황 극복에 필요한 보조금 형태의 일회성 지급이 많다.


세계는 경제 위기때마다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회복을 꾀했다. 기존의 양적 완화가 은행과 기업을 구제하고 자산시장을 되살리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최근의 경향은 국민에게 돈을 직접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정부 등이 내놓은 대대적 현금지원책을 경제학자들은 ‘헬리콥터 머니’라 한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용어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69년 ‘최적 화폐 수량’ 논문에서 사용해 유명해졌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동안에 터진 것이 어떻게 보면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가 세계 대공황을 집중 연구한 경제학자였기 때문이다. 버냉키는 2002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있을 때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들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을 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 별명에 걸맞게 2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시장에 뿌려 미국 금융시장을 벼랑 끝에서 건져내는 데 성공했다. 
흔히 ‘헬리콥터 머니’로 부르는 게 바로 모두에게 직접 돈을 주는 방안이다. 이 경우 경제가 충격을 받은 직후 경제의 공급 측면이 심각한 손상을 입기 전에 작동하는 게 좋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헬리콥터는 단지 한 번만 날아야 한다. 저자는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지급하는 방식부터 채무경감, 세금감면, 공공프로젝트 추진,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 등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를 제시한다.
 

한국형 헬리콥터 머니
지난 4·13 총선 전에 우리 정부와 지자체들도 경쟁하듯 ‘현금 살포’를 공언했다. 정부가 51조 원을 풀어 ‘재난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 주겠다고 했다. 지급 기준을 놓고 이론이 많지만 실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회사원 한 달 월급도 채 안되는 100만 원씩을 준다는 ‘한국형 헬리콥터 머니’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야말로 ‘볼에 붙은 밥’이다.  부도 위기의 기업이나 소득이 끊긴 개인 등 보다 더 절박한 곳에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재난 지원금’은 기존에 확보되어 지출이 예정되어 있던 재정을 ‘현금 이전’의 방식으로 ‘조기에’ 집행하는 것일 뿐 추가적인 구매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음에 다른 데 쓸 돈’을 재난 지원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추가적인 재원을 향후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지 않는다면, 위기가 극복되고 난 후 경제의 회복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헬리콥터 머니는 발권력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는 중앙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재난 지원금이 본래적 의미의 헬리콥터 머니가 되려면 중앙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서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여 실행해야 한다.

‘헬리콥터 머니’ 위해선 국채 발행과 양적완화가 필요
금융전문가 프란시스 코플라는 ‘프리드먼은 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자고 했을까’에서 모두를 위한 양적완화론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기존의 양적 완화는 자산가들의 배만 불려주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오히려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헬리콥터 머니’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대공황시기 미국의 통화량(현금과 예금)은 4년간 3분의 1이나 줄었다. 돈의 감소는 수요의 위축을 불러오고 생산된 상품은 판로를 잃었다. 상품은 남아돌지만 돈이 없어 상품을 사지 못하는 ‘풍요 속의 빈곤’이 현실화한 것이다. 양적 완화의 목적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데 있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역시 가격상승을 불러왔지만 문제는 자산가들의 배만 채워줬다. 주식, 채권, 예술품, 와인까지 자산가들이 좋아하는 자산이 중앙은행 화폐에 의해 가격이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연준의 양적기간인 2010~2014년에는 원유 및 원자재가 급등했는데, 양적 완화로 만들어낸 돈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 더 힘들어졌다. 에너지와 식품의 비용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비필수품목의 지출을 줄여나갔다. 결국 비필수품목의 가격 하락이 필수품목의 가격 상승을 상쇄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불발됐다. 
현재의 위기는 전례가 없는 예외적인 위기이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통상적인 정책으로 타개할 수 있다면 그 상황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과감한 적자 재정을 통해 재난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선진권의 중앙은행처럼 양적완화를 통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경제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근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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