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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2차대전 이후 최악 코로나19발 ‘실업 공포’

지금까지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대란’은 잔물결에 불과했던 것일까. 국제노동기구(IL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전 세계에서 25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2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코로나19 대량실업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일자리 5개 중 4개 위태… 위태로운 2500만 일자리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일자리 5개 중 4개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코로나19가 세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 2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81%의 기업이 부분적인 휴·폐업에 들어갔고, 전 세계 노동자 33억명 중 27억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LO는 노동시장이 “세계2차대전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지난달 2500만명으로 예상했던 연말 실업자 수치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올 2분기에만 총 6.7%의 노동시간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1억9500만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시에 해고되는 것과 같은 파급 효과를 가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이동제한령을 내림에 따라 기업들이 문을 닫고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ILO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분기 동안 1억25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보고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중동이다. 보고서는 중동 국가들의 2분기 노동시간 감소를 8.1%로 보고, 500만명의 정규 근무자가 실직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에 대한 충격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보고서는 세계 노동시장의 61%를 차지하는 20억명의 비공식 부문 노동자가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실업 보조금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공식 부문이란 자영업, 가사노동 등 근로계약에 의한 보호를 받기 힘든 직업군을 뜻한다. ILO는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각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업과 요식업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ILO는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셧다운 등 이동을 제한하는 정책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제조업, 유통업, 부동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 종사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38%에 해당하는 12억5000만명에 달한다. ILO는 코로나10 이후 고용 상황을 ‘재앙(catastrophe)’이라고 표현하면서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요청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노동자와 기업들은 선진국,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재앙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빠르고, 결단력 있고, 협동하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ILO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연말까지 최대한 경제 실적을 회복할 것, 그리고 적극적인 국가정책으로 노동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핵심은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남겨놓는 것이다. 사태가 진정된 후 기업 실적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고용이라는 설명이다.
국가간 협력과 소수자 보호 또한 침체된 노동시장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현 상황에서는 한 국가가 무너지면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며 “우리는 상호 협력하에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사회 모든 부분에 도움의 손길이 미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 라이더(Guy Ryder) ILO 총리는 “코로나19는 더는 보건 위기가 아니라 노동 시장과 경제의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탓에 고용 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불어올 조짐이 각국 고용 지표에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도 고용 시장에 먹구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셋째 주(15~21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한 주 새 28만 건에서 328만 건으로 폭증했다. 미 노동부가 해당 집계를 시작한 1967년 이래 최대치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미 노동부가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지수로, 이 지수가 늘어나면 앞으로 일자리 증가가 꺽일 수 있음을 뜻한다. 변동성이 큰 지수이기 때문에 보통 한 달치 변화를 놓고 동향을 파악한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천장을 뚫고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의 설문 조사 결과,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3월 넷째 주(22∼28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350만 건(전망치의 중간값)으로 늘어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유통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의류 유통업체 갭(Gap)은 3월 30일부터 매장 폐쇄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지역 매장 직원 대부분(약 8만 명)을 일시 해고한다고 밝혔다. 일시 해고는 기업이 경영 부진에 빠졌을 때 재고용을 약속하고 직원을 일시적으로 해고하는 방식이다. 갭 외에도 백화점 업체 콜스(Coles)와 메이시스(Macy’s), 의류 유통업체 아세나 리테일 그룹(Ascena Retail Group) 등이 일시 해고 방침을 밝혔다. 46만 명을 고용하는 미국 항공 업계는 코로나19 탓에 항공 이동이 제한되자 정부에 대출, 지원금,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무급 휴직과 경영진 임금 반환 등의 긴축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일시 해고는 잠시 미뤄둔 상태다.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 역시 고용 시장에 먹구름이 꼈다. 2월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6.2%로 코로나19 영향권 밖인 2개월 전보다 1%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 발표 이래 최고치였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실업률 증가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1~2월 중국의 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급감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발표한 중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를 기록하면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18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올해 6월 900만 명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가 나오면서 도시 실업률이 1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올림픽 특수를 빼앗긴 일본의 고용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월 유효구인배율은 1.45배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유효구인배율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 1명에 대해 기업의 구인이 몇 건인지를 나타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의 채용 의욕이 급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대기업도 불안하다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월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849만 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월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가 1월 27일 ‘경계’로, 2월 23일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처음으로 집계된 사업체 고용 지표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4월 초 발표하는 3월 노동 시장 동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더욱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월 들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지난해 3월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영세 여행사가 잇따라 문을 닫았는데, 현재 대기업에도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 만도는 이미 생산직 근로자 대상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이며, 유가 폭락 악재가 겹친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2월 희망퇴직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모든 노선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은 5월 말까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통해 인력의 44%(750명)를 내보낼 계획이다.                                                          

김근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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