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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ESS 산업화재사고로 혼돈 빠진 韓 ESS시장 양적 성과보다 기술 안전에 중점해야

2017년부터 시작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화재의 원인 규명이 장기화됨에 따라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ESS 산업의 조기 쇠퇴가 우려되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국내에서 총 28건의 ESS 화재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ESS 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제조·시공·운영 등 ESS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시장이 위축되고 신규 투자가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글로벌 ESS 시장의 성장세와는 반대로 국내 ESS 시장규모는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ESS 산업!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위기에 놓인 국내 ESS 산업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 원인 규명이 정확히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원인 규명을 밝히는 데 시간이 길어지자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ESS 산업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에너지전환 분위기에 맞춰 재생에너지가 발전하면서 ESS 산업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달렸다. 하지만 ESS 산업은 곧 거대한 벽을 마주쳤다. 바로 화재 문제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는 총 23건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1차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사건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위원회는 ESS 화재 원인을 ‘부실한 설치·운영 관리’라고 발표하며 배터리 업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다시금 희망의 빛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화재가 다시 발생했다. 2019년 8월 이후 추가로 발생한 ESS 화재는 총 5건이다. 이에 정부는 다시 원인조사위원회 위원 일부와 회·기업추천 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해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조사 결과 5건의 화재사고 중 4건에서 배터리 이상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삼성SDI와 LG화학과 삼성SDI의 제품이었다. 이에 즉각 업체는 반발했다. 화재사고가 배터리 결함이라는 정확한 증거가 없고,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유사한 환경에 있는 해외에서는 ESS 화재 사고가 없었다는 이유다. 아직 조사 결과는 분명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국내 ESS 산업은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ESS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들 
글로벌 ESS 시장은 사실상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ESS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SDI(33.8%)와 LG화학(24.6%)이 전체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BYD·CATL이 상위 5위권 내에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해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ESS 2차 조사결과 발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면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업체들은 또 이번 결과 발표가 배터리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빌미가 될 것이라고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잠식한 중국 업체들은 이제 ESS를 비롯한 ‘2차전지’ 시장 공략에 온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업체인 BYD는 국내 ESS 화재 사고의 빈틈을 노리고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국내 ESS 산업, 그 이유는?
국내 ESS 산업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사업자의 손실 발생 및 신규 투자 위축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날로 성장하는 글로벌 ESS 시장의 성장세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명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제조사들은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감축요청에 따른 보상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화재확산 방지를 위해 자체 소방 설비를 투자하는 등 의도치 않았던 비용이 지출됐고, 전 세계적으로 ESS용 배터리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와중에도 화재의 위험이 있어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시공사 역시 시공인력 채용 등으로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일감이 감소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소비자도 가동중지, 감축운전 등을 해야 함에 따라 손해를 보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국내 ESS 산업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위기·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는 그 원인을 먼저 단기 보급성과에 치우친 한시적 지원제도, 시스템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 미비, 정체적 일관성 부족에 따른 불확실성 리스크로 보았다.
단기 보급성과에 치우친 한시적 지원제도의 경우 보고서는 정해진 기한 내에 ESS를 설치할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몰 방식의 지원정책으로 단기간 내 보급이 확대된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양적 성과 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결과, 기술개발과 충분한 테스트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설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시스템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 미비에 있어서는 시스템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가 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차 사고조사위는 화재사고 분석 후 ESS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보호되지 못한 점을 화재사고의 문제요인으로 지적했다. ESS는 단전지,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변환장치(PCS) 등 여러 기업이 제조한 부품들이 통합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서는 개별 부품 차원의 시험, 인증과는 별도로 통합된 시스템 차원의 시험, 인증을 통해 ESS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책적 일관성 부족에 따른 불확실성 리스크에 있어서는 1차 조사위 결과 발표로 인한 후속대책은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화재사고 억제를 위해 일시적 감발운전을 ‘권고’했으나, 감발운전에 따른 손실에 대한 명확한 보전대책이 없어 피해자 구제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ESS 산업 되살릴 앞으로의 방법은?
국내 ESS 산업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외 사례를 비교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위축된 산업 현장의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발화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ESS 사업장의 경우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고 해결책이 제시되기 전까지 감축운전 실시를 통해 화재사고를 억제하고 그 손실은 보전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서는 감축운전의 사고예방 효과가 확인된 상황에서 충전률(SOC) 제한조치를 취하고 이에 따르는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일몰시점 연장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민간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자발적인 감축운전을 ‘권고’하는 방식이 아닌, 감축 안전 규정에 따른 보전대책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보고서는 신규 ESS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해 산업 현장의 성장 활력을 복구할 수 있는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보고서는 ESS 산업 육성과 위기대응을 수행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구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SS 산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협회를 구성하고, 공공과 협력해 위기대응, 산업육성, 기술개발, 표준협력, 인력양성 등의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주도의 ESS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 방향에 맞도록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 ‘민간 자율규제’로 전환하고, 민간의 기술력을 검증하기 위한 공공 테스트베드를 구축함으로써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ESS 산업의 정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한편,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술경쟁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계속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근혜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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