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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서는 예술가의 길 해인미술관 박수복 화백자연의 순환 속에서 찾은 경계 너머 온기와 사랑을 전하는 예술의 힘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이다. 박수복 화백은 경계 너머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이러한 반목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동양의 수묵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는 장에서 퍼포먼스와 해프닝의 결합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한 그는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펼치며 전진하고 있다. 자연의 순환과 진정을 담은 예술가의 삶을 박수복 화백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고 떠나는 예술가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흘러가는 동안 자연이 선사하는 희노애락을 어떻게 포착하고 소통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몫”이라고 강조한 박수복 화백은 퍼포먼스와 해프닝을 결합해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허물며 진정(眞情)을 오롯이 담았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위치한 해인미술관에서 자연의 순환 속에 마음을 맡긴 채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박 화백은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력과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곡을 쓰고자 했던 그의 절절한 감정이 전해진다”면서 “음악가는 연주를 하지만 나는 화가로서 음률에 숨어있는 몸짓과 행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예술가와의 소통으로 전해지는 즉자적 정감을 퍼포먼스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박 화백은 오스트리아 프로이드대학 총장의 초대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수묵 퍼포먼스를 선보여 동서양의 만남을 이끌어내 찬사를 받았다. “지구라는 작은 덩어리 안에서 동서양을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은 그는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양의 수묵이 지니는 개념 미술적 요소와 서양 음악의 곡이 만나 자아내는 힘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후 오스트리아 로열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을 한 박 화백은 “처음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퍼포먼스에 녹여낸다는 것에 반신반의하던 연주자들이 하나 되는 경험을 한 이후 작품을 전시한 곳에서 다시 공연을 할 정도로 열광적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경계를 무너뜨리고 진정한 소통을 자아내는 예술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그는 다만 작곡가가 곡을 써 내려갈 때의 마음에 담긴 선을 몸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라고 겸허하게 밝혔다.
세계를 무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박 화백은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부문 수상, 대한민국 교육공헌대상 문화예술부문 대상, 아시아스타 마케팅 퍼포먼스 미술대상을 수상했으며 국내 4번째 이베이 경매작가로서 세계인과 만나고 있다. 작가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베이는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 디지털 전시와 경매를 통한 문화산업에 뛰어들었다. “예술가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통찰하는 한편 나를 둘러싼 삶의 물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박 화백은 “작가는 오늘을 사는 존재가 아니라 에너지와 감수성을 이 세상에 쏟아 붓고 떠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자연 일부로서의 삶과 수용의 미학
인간이 창조한 위대한 예술은 결국 자연에서 모티브를 찾았다. “예술가들의 희노애락도 결국 그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고 말한 박 화백은 해인 미술관을 둘러싼 자연 속에서 해가 뜨면 작업을 하고 비가 오면 때로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인간의 뿌리에 대한 탐색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자연의 순리를 하나의 현상으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공포나 불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빗방울이 몸을 때리는 감각은 고스란히 삶의 에너지로 이어진다”는 그는 명쾌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힘을 포착하고자 했다. 해인미술관 주변의 우거진 풀들도 선뜻 베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의 한 부분 속에서 잠시 머물며 아리랑 춤을 추다가 가는 것”이라면서 풀 또한 자신의 물성이 있으니 억지로 절제할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러한 철학은 칼 구스타프 융(정신과 의사 겸 심리학자)이 말한 우주적 에너지로도 해석된다. 
박 화백은 정갈한 마음으로 밝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해가 지거나 슬프고 흐트러진 상태로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 영혼의 방탕한 상태를 풀어낸 작품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명상과 참선 속에서 아름답고 좋은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에서 따뜻하고 평온한 위안을 얻는다는 이들이 많은 것은 작품에 녹아든 손길 하나하나에 마음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살면서 붓질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다고 생각하니 작업이 더 재밌어졌다”는 그는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을 밝히며 영혼의 온기를 나누는 예술가
박 화백이 최근 열중하고 있는 테마는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와 만물의 어머니 가이아에 헌신적이고 애틋한 모친의 기억을 담아내는 것이다. 차가운 캔버스가 아니라 따뜻한 질감의 나무에 화각을 하는 한편 문틀과 그 너머의 기억 속에서 우리의 원초적 근원에 대한 희구를 그리고자 한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부엌 아궁이 앞에서의 희노애락이 우주의 공기와 같은 온기로 이어진다”면서 부엌의 문에 가이아를 그려 넣은 독창적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운명으로 여기고 있는 그는 “새로운 삶이 주어진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붓을 잡을 것”이라면서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누는 것이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 밝혔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동양과 서양,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 그의 예술에는 한계가 없다. “예술가 또한 그래야한다”고 강조한 박 화백은 “영혼을 쪼개어 많은 이들에게 나눠주며 이 세상에 빛을 밝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취재_ 이동현 기자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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