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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국제 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개발 목표’ 발표착한 기업만 살아 남는다…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관심 확산

눈치 빠른 기업과 투자자는 벌 때도 정승답길 요구하는 시대 준비에 진즉부터 나섰다. 자본 시장의 큰손은 규정을 다듬고 측정 지표를 도입해 사회적 책무 이행에 충실한 기업에 더 많은 돈을 건네고 있다. 기업은 비영리 단체를 후원하거나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시도한다.

 

‘착한 기업’이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
돈을 잘 버는 것이 강한 기업의 필요조건이라면 지속가능 경영체질이야말로 충분조건임을 살아 남아서 강한 장수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다.
빅뱅·2NE1·블랙핑크 등 선보이는 팀마다 대박을 터트리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이돌 왕국을 건설해 가던 YG엔터테인먼트가 곤경에 처한 건 한 순간이었다. 올해 초부터 잇따라 터진 버닝썬 사건과 성접대 논란, 마약 의혹 등은 이 제국의 수장이던 양현석 대표를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양 전 대표 사임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YG를 외면했다. 무너진 기업 명성과 신뢰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물론 주가 하락의 원인이 사건·사고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착한 기업’이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영향을 부인하긴 어렵다. 글로벌 투자사 누빈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의 36%가 기업의 부적절한 행태 때문에 해당 기업 주식을 판 적 있다고 했다. 재무적 성과가 아닌 도덕성을 투자금 회수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다른 세대보다 두 배가량 높은 비율이었다. 가까운 미래의 주축인 20·30대 앞에서 ‘개같이 번 다음 정승같이 쓰겠다’는 자기 합리화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지속 가능 평가 1위 그룹에 KT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가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를 개발한 것도 이런 경제·사회적 분위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UN지원SDGs협회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 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확산에 필요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유엔 총회에 참석해 회원사의 SDGs 활동을 소개하고 환경·여성·아동·교육·노사 등에 관한 캠페인도 한다. 협회는 2016년부터 매년 10월 SDGBI를 발표하고 있다. SDGBI는 유엔 지속가능고위급정치회담(UN HLPF)에서 공식 의견서로 채택한 글로벌 지속가능 평가 지수다. 평가표는 사회·환경·경제·제도 등 4개 분야에서 12개 항목 48개 지표(100점 만점)로 구성돼 있다. 평가 대상 기업이 사회정의 실현에 힘썼는지, 생태계 보존 노력을 기울였는지, 혁신적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등을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기업은 순위에 따라 1위 그룹, 최우수 그룹, 상위 그룹, 편입 그룹 등 4개 그룹으로 분류된다.
올해 조사는 전 세계 2000개 기업(글로벌 1000곳·국내 1000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협회는 이 중 점수가 높은 글로벌 기업 300곳과 국내 기업 176곳을 각각 선정했다. 눈에 띄는 회사는 통신 업체 KT다. KT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지수 1위 그룹에 포함됐다. 에너지 통합관리플랫폼(KT-MEG)과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선보이고 노사공동나눔협의체 활동을 한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끌어냈다. 종합식품 기업 네슬레와 금융그룹 HSBC를 비롯해 코카콜라·나이키·화이자 등이 KT와 함께 1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지수 최우수 그룹에서는 CJ제일제당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롯데케미칼 포스코 부강테크 등이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인텔 알리바바 텐센트 보잉 이케아 유니레버 JP모건 아마존 아디다스 등 글로벌 업체도 최우수 그룹에 포함됐다. 또 국내 지수 1위 그룹에는 CJ대한통운 SK 대한항공 삼성생명 일동제약 현대엔지니어링이 선정됐다. UN지원SDGs협회는 이번에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을 지속가능 경영 우수 사례로 소개하는 한편 내년 2월 발표 예정인 플라스틱 저감 가이드라인의 파트너 기업으로도 추천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 경영 평가에서 한국 기업이 선방 중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아직 외국 기업이다. 세계 3위 규모이자 프랑스 최대 해운 업체인 CMA CGM의 로돌프 사드 회장은 지난 8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 앞으로 우리 선박은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극해는 해운사가 가장 선호하는 항로 중 하나다. 사드 회장은 “선박 사고로 기름이 유출되면 북극 지역 생태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다, 나일론 대신 리나일론 프로젝트 시작
패션 업계에서는 프라다가 일반 나일론 대신 ‘에코닐’이라 불리는 재생 나일론을 사용하는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에코닐은 프라다가 섬유 생산 업체 아쿠아필과 의기투합해 개발한 친환경 소재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다. 라코스테는 악어 로고 대신 돌고래·바키타 등 멸종 위기 10여 종을 붙인 한정판 셔츠를 제작했고,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온실가스 제로 정책을 발표했다. 또 시계 브랜드 블랑팡은 해양 보존을 위한 과학 탐사와 수중 사진 촬영, 환경 포럼 등을 후원한다. 오메가는 아예 주력 모델에 후원하는 기관명과 로고를 새기기도 했다. ‘오메가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굿플래닛’이라는 제품이 주인공이다. 굿플래닛은 환경보호 재단이다. 오메가는 오랫동안 이 단체의 해양 보존 활동을 지원해왔다. 

ESG 잘하는 기업에 투자 확대 
전문가들은 국내외 기업의 ‘착한 회사 만들기’가 앞으로 더 적극적인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당장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공적연금·사적연금·보험회사 등 1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관의 84%가 투자 시 ESG 관련성을 고려한다고 했다. 또 60%는 향후 4년 이내에 ESG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술·도박과 관련된 기업에 일절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공적연금인 제2국가 연금펀드(AP2)는 지난해부터 운용 자산의 30%를 ESG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미국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 원칙’을 도입했다. 국내 대형 기관의 행보도 비슷하다.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들어 수탁자 책임실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책임 투자 행보에 나섰다. 올해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금은 708조원이다. 사학연금은 현재 2000억원을 밑도는 사회 책임 투자 규모를 매년 500억원씩 늘려 2022년 3600억원 수준까지 만들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절차를 밟고 있다. ESG 펀드를 출시하는 자산운용사도 늘고 있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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