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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성공기업시민 문화 확산에 달렸다

일본의 전략품목 수출규제로 인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국산화가 국내산업의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정부와 기업들은 적극 대응에 나선 상태인데, 일부에서는 국산화가 맞는 방향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부장의 국산화는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부장 국산화 효과 있을까
최근 전개되는 시대변화의 특징은 세계화에서 탈세계화로, 협력에서 각자도생으로, 타협에서 힘의 시대로 바뀌는 모습이다. 이처럼 혼돈이 예상되는 구조변화에서는 속수무책 상황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한 차원에서 소부장 국산화는 바른 방향으로 생각된다. 소부장 국산화는 결코 쉽지 않은 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일본의 수출규제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국산화 전략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만약 일과성에 그친다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바른 방향은 기술혁신형 전문기업군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일본의 와룡기업에 해당하는 한국형 글로벌 전문기업을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국산화 방향은 수입품 단순 대체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최신기술을 접목해 소부장 분야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벽에 막힐 가능성이 크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새로운 생산방식과 품목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제시한 가상 시뮬레이션 연구개발(R&D)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의 혁신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셋째, 이처럼 소부장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게임체인저가 되고 전문기업군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 변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산업계에 기업시민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기업시민 문화란 기업이 단기적 이윤 창출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장기적으로 더 큰 기업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다. 공생가치를 지향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시민 문화는 소부장 국산화 성공의 관건이다. 소부장 산업은 대부분 중소·중견 전문기업이 담당하므로 국산화를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과 수요 대기업의 협력이 관건이다. 기업간 협력에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수요 대기업에 기업시민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되었는가도 중요한 변수이다. 

포스코, 기업시민 문화를 통해 소부장 국산화 추진
기업시민 문화를 통해 소부장의 국산화 추진에 큰 성과를 거둔 포스코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수요 대기업인 포스코는 2004년부터 BS(Benefit Sharing) 제도를 도입해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해왔다. BS제도는 기업시민 문화의 한 사례로서, 2012년에는 정부가 이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전 산업계로의 확산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포스코는 2018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채택해 본격적으로 기업시민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부터 협력사의 시제품 구매보상 기간을 최대 5년으로 확대하고 실패 시에는 과제비의 최소 50%를 보상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포스코의 자재 국산화율은 88%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산업이 직면한 소부장 국산화 문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큰 곤경을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부채비율 문제가 해소돼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외환위기가 없었고 이로 인해 대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산업은 줄줄이 파산을 겪었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움직임을 볼 때 지금도 유사한 상황처럼 보인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예방주사로 생각하고 기업시민 문화 확산을 통해 소부장 국산화의 성공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또 통상외교 노력과 병행되어야 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이 우리 산업의 미래를 가로막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상황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세계무역질서가 유지되고 그와 함께 전개되는 글로벌 밸류 체인을 핵심으로 하는 세계 산업질서 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분야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계 모든 산업들 또한 이러한 한국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방위적 투망식 접근은 안돼
이번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서 지적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은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해야 했다는 데도 기인하겠지만 지나치게 전선을 광범위하게 펼쳤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투자할 분야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7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 책정도 그렇고, 향후 5년간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분야를 정부가 이런 내용을 발표할 때 흔히 사용하는 ‘100대 품목’이라는 숫자를 제시하고 더욱이 ‘20대 품목’에 대해서는 1년 내에 공급안전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움으로써 이 대책의 구체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물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제가 되는 품목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찾아내어 투자하는 노력이 동원되겠지만, 이렇게 숫자를 내세움으로써 산업계에 주는 신호가 매우 흐리게 되어 버렸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사실 이들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야말로 약간의 경쟁력 저하로 인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고, 더욱이 후발국인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오히려 이 분야 대기업들 자신들도 이미 핵심 소재들의 조달선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음으로, 시장에서 대기업들 스스로가 능력과 의지를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을 파트너로서 찾아내어 이들의 기술개발 능력을 지원해 주는 기업들 간의 자발적인 협력 가능성을 열어주는 데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용웅 대기자  goyow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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