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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걱정하는 ‘소·부·장’… 일본은 벌써 7번째 노벨상최소 10년이상 연구 필요… 원천기술, 단기투자론 못 따라가

일본의 수출 규제 100일을 앞둔 지난 9일. 일본의 24명째 노벨 과학상(화학상) 수상자가 하필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에서 나왔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로는 7번째 수상자인 화학소재 기업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 요시노 아키라(71)였다. 그의 수상 소식은 한국 산업계가 가야 할 극일(克日)의 길이 여전히 멀다는 냉엄한 현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로만 따져도 세계 12위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국내총생산 1조6200억 달러로 세계 12위이며 3050클럽에 가입한 7번째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노벨상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다는 느낌을 최근 여러 곳에서 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4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한국 산업계 전체가 화들짝 놀랐다. ‘다음 타깃은 어디냐’는 두려움이 확산됐다. 당시 일본이 칼을 빼면 치명타를 입을 분야 중 하나로 꼽힌 게 스마트폰·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였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세계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각각 4, 6위에 오른 배터리 강국 한국은 실은 일본산 핵심 부품·소재가 없으면 생산 라인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규모, 120GWh로 확대
일본은 리튬 이온 배터리 주요 핵심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리튬이온(Li-ion) 배터리는 2차전지 중에서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요 장점은 높은 전류 밀도, 낮은 자기방전률, 상당히 낮은 유지비용 등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가전, 자동차, 각종 산업, 전력망 및 재생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104~2019년간 20.6%의 연평균 성장률(CAGR)로 성장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의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LiB) 글로벌 시장조사에 따르면 2016년 자동차 LiB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5년 대비 52.6% 늘어난 46.6GWh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적극적으로 전기자동차(EV) 보급 정책을 펼치고 있고,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EV 판매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2016년 시장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순수 EV가 40.7GWh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PHEV는 5.3GWh로 11.4%의 비중을 보였다. EV분야의 배터리 시장 규모가 큰 이유는 역시 중국 때문이다. 100~300kWh의 대용량 LiB를 장착하는 EV 버스 판매가 확대됨에 따른 것. PHEV 또한 시장 성장에 비례해 배터리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2017년은 배터리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서의 EV 보조금 감소 등에 의해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예상 시장규모는 올해보다 23.3% 확대된 57.5GWh다. 이에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120GWh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야노경제연구소는 앞으로 시장 규모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전기동력을 활용한 신차 투입이 속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물론 보조금 감소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나 전기동력차 시장 확대에 따른 배터리 시장 성장은 틀림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2020년 자동차용 LiB 글로벌 시장 규모를 119.7GWh, 2025년 254.9GWh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시노 연구원이 몸담은 아사히카세이는 배터리 분리막 글로벌 1위다. 전기를 일으키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리튬 이온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분리막이 시원찮으면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을 좌우하는 양극재는 니치아 화학공업, 음극재는 히타치카세이·스미토모화학이 세계 최강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은 일본산 화학소재의 90%를 국산화했지만 핵심 10%는 아직도 만들지 못한다”며 “일부 소재·부품은 격차가 20년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상율 KAIST 화학과 교수는 “기초화학 실력이 없으면 흉내만 낼 뿐 좋은 품질을 구현하기 어려운 게 소재·부품 분야”라며 “최소 10~20년의 기초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 원천 기술에서의 격차를 단기 대규모 투자로 메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소·부·장 분야에서만 노벨상 수상자 10명 배출
일본의 소재·부품기술 개발 역사는 뿌리가 깊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당시 근대화를 추진하며 기초과학 육성을 부국강병의 첫 목표로 내세웠다. 1960~1970년대 경제호황 시기에는 정부 차원의 기초과학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그 결실이 소·부·장 분야 노벨상”이라고 했다. 반도체 연구로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에사키 레오나(도쿄통신공업·현 소니), 세계 최초로 청색 LED를 개발해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니치아화학공업), 그리고 올해의 요시노까지 일본은 소·부·장 분야에서만 노벨상 수상자를 10명 배출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도 일본을 소재·부품 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요시노의 경우 1972년 입사해 2015년 고문으로 물러날 때까지 40년 이상을 리튬 이온 배터리 연구에 매진했다. 2002년 기업 연구원으로 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도 관리직 승진 대신 연구를 택했다.
2000년대 들어서야 기초과학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한국은 나노 기술, 유전공학 등 특정 기술이 뜨면 그 분야로 돈·인력이 우르르 몰려 기초 분야는 소홀히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쏠림 현상이 주기적으로 과학계를 휩쓰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연구자들은 평생을 한 주제에 천착하며 소·부·장의 뿌리를 깊고 넓게 만든 것이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길어야 4~5년인 한국이 일본 같은 소재 강국이 되는 건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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