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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사회 활동 적극 참여중·장년층 ‘액티브 시니어’ 여유 있고 활기찬 인생 2막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진행되면서 퇴직 후 활기찬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중·장년층,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퇴직 후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 사회 활동에 참여한다. 

 

풍요로운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은퇴 후 노년을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여기던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르다. 국가별로 액티브 시니어의 핵심 연령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내의 경우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핵심 연령대로 본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는 퇴직, 은퇴를 끝이 아닌 제2의 출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과거엔 은퇴 시기인 환갑을 생의 마지막 시기로 봤지만, 지금은 누구도 60세에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시점부터 사망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길어지다 보니, 은퇴 후 노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가 희석됐다는 것이다.

은퇴자들이 직장을 다닐 때는 배우지 못했던 취미와 기술을 배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운동은 물론 글쓰기와 사진 촬영까지 배움의 영역은 다양하다. ‘국민연금공단 신중년 노후 준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정태욱 국민연금공단 노후 준비 전문 강사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많았던 작년부터 수업 분위기가 더 활기차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수업 참여에 적극적인 어르신이 많아졌고, 지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이 수업을 듣기 위해 KTX를 타고 올라왔다 내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액티브 시니어를 주요 소비층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방송·광고 업계는 만 20~49세를 구매력 있는 핵심 소비자로 본다. 이 핵심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비용을 쓴다. 하지만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신문·TV 광고를 보고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광고 수용도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젊은층과 차이가 없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자산도 많고 인구수도 많다
잠재 소비자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총인구의 38.22%였다. 방송·광고 업계를 비롯한 콘텐츠·레저·관광 산업에서 주요 소비 연령층으로 분류하는 만 20~49세의 비중이 43.57%로 집계됐는데, 여기에 버금간다. 통계청은 액티브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가 2020년 149조원으로, 10년 전(44조원)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액티브 시니어는 한국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순자산 보유액은 50대 가구주가 3억941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가구주가 3억5817만원으로 두 번째였다. 50대와 60대 이상의 순자산이 40대(3억4426만원)와 30대(2억3186만원)보다 많았다. 자산이 많아서 소비도 많이 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2015년 트렌드 및 소비자 분석 자료’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의 여유로운 소비를 분석했다. 액티브 시니어는 지난 1년간 26%가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고 답했는데, 이는 다른 연령대보다 두 배 높다. 28%는 공연 관람 등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7%가 외모를 꾸미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응답해 30대(65%), 40대(57%)보다 외모에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익숙하고 취향 확고해
스마트폰 등 IT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온라인 쇼핑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액티브 시니어가 기존 노인들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2018년 기준 각각 96%와 77%로 집계됐다. 7년 전인 2012년 각각 46%, 14%의 이용률을 보인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50대의 경우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했던 20·3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99.5%)에 별로 뒤지지 않았다.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이용하는 성향도 뚜렷하다. 이는 유튜브 이용 시간으로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올해 4월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월간 시청 시간이 101억 분으로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어 10대(89억 분)가 뒤를 이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콘텐츠 소비자에서 나아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전한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전성기캠퍼스’를 통해 ‘1인 방송 유튜버 도전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회 수업에 수강료가 1만6000원으로 저렴해 인기가 많다. 국민연금공단도 50대 이상을 위한 ‘1인 크리에이터 과정’이라는 동영상 제작 강좌를 운영 중인데, 호응이 뜨겁다.

‘꼰대’는 옛말. 연륜과 노련함 중무장 
요즘 한류 열풍에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과 ‘호캉스(호텔+바캉스)’ 인기를 타고 인천에 늘고 있는 호텔들은 중년 일자리 확대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경력 단절 여성 수요가 높은 호텔 청소 업무에 더해 중장년 남성 구직자 경우 호텔 차량 관리 직원으로 채용되는 일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2008년 35곳에 그치던 인천지역 호텔 수는 2018년 145곳으로 뛰었다. 이런 성장세라면 광역시 중 호텔 숫자가 가장 많은 부산(154곳)도 곧 따라잡을 기세다. 이 기간 인천 호텔 객실 수는 2724개에서 1만376개로 1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났다. 관련 신규 일자리도 함께 생성된 셈이다. 인천 중구 한 호텔 관계자는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룸메이트 1인당 10~15개 객실을 담당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객실이 100개라면 청소·정리 인력이 10명 이상은 돼야 원활하게 돌아간다”며 “중장년 여성들은 꼼꼼하고 업무 능력도 신속하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학생 알바’로 여겨지던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이 40대부터 많게는 60~70대로 채워지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한국 맥도날드가 시니어 크루를 채용해 눈길을 끌더니 최근에는 업계 매장 인력 연령이 40대 중년까지 낮아지는 분위기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인천에서 한 해 동안에만 패스트푸드점 신규 사업자로 429명이 진입했다. 단순 계산으로 이 사업자 1명당 중장년 인력을 1~2명만 채용하면 지역 내 패스트푸드 시니어 일자리가 매년 1000개 가까이 창출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장년층 타킷, 상표에 복고 바람이 분다”... ‘○○당’, ‘△△옥’ 등 출원 증가
또 상표에 ‘뉴트로(Newtro)’ 바람이 불고 있다. 뉴트로는 ‘새롭다’(New)와 ‘복고풍’(Retro)을 합친 말로 ‘새로운 낡은 것’ 또는 ‘신 복고’를 뜻하는 신조어다. 특허청에 따르면 뉴트로 감성이 10∼20대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끌면서 복고풍 이름을 가진 음식점 등의 상표 출원이 크게 늘었다. ‘스쿱당’, ‘미묘당’, ‘만가옥’, ‘술또옥’ 등과 같이 표장에 음식점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당’, ‘옥’을 붙인 상표가 대표적이다.

출원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당’ 상표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상표 출원을 분석한 결과 2009∼2013년 118건 출원됐던 것이 2014∼2018년에는 288건으로 2.4배 늘었다. 올해도 1분기까지 25건이 출원돼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출원 건수(94건)를 넘어설 전망이다. ○○당 상표 중에서 가장 먼저 출원된 상표는 우리나라 1세대 제과점 창업주인 고 신창근 씨가 1954년 출원해 등록한 ‘태극당‘이다. ‘옥’을 포함한 상표도 같은 기간 167건 출원됐던 것이 317건으로 1.9배가량 늘었고, 올들어서도 1분기까지 모두 24건이 출원됐다. ‘식당’이나 ‘상회’를 포함하는 상표도 2014년 이후 큰 폭으로 출원이 증가했다. ‘식당’ 상표, ‘상회’ 상표는 최근 5년간 각각 548건과 120건이 출원돼 이전 5년간 139건, 27건보다 4배 늘었다.
뉴트로 열기는 2014년부터 시작돼 올해도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는 주요 소비층인 50∼60대 중장년층에게 젊은 날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자 트렌드 분석센터는 2019년을 주도할 트렌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요즘 옛날’, ‘뉴트로’를 꼽았다. 이재우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뉴트로 감성이 중장년 소비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복고풍 상표 출원 증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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