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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해외건설 수주 전략저유가시대 수주 전략 고도화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곤두박질’

건설업계 해외 사업 수주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사가 독식하던 플랜트 사업에 원청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이른바 선진국형 사업 모델이라 불리는 투자개발사업에 뛰어드는 회사도 잇따르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회사 덩치와 수주 잔고를 불리기 위해 국내 건설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저가 수주현장을 일괄 도급방식으로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해외 사업 전략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가 곤두박질치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해외로 눈길을 돌렸지만 세계 경제 둔화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미국과 이란간 갈등 등 대외 변수로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업데이트)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등 하반기 하방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설사들은 과거 출혈 경쟁이나 단순 도급시공에서 벗어나 ‘제안형 개발사업’으로까지 체질을 개선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지만 통제가 어려운 대외 불확실성 고조로 인한 악재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갈수록 치열해지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도 걸림돌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수주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을 위해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경쟁 입찰보다 수의계약이나 투자사업, 설계·용역 등 건설사마다 지닌 강점을 활용해 수익성이 높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건설사들의 수주 다각화 행보가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54억 달러 감소한 119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상반기 수주실적 85억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토목과 건축이 수주 회복세를 견인하면서 상품 다각화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고도화된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연구위원은 “기대 이하의 실적에 반응하기보다는 향후 수주전략의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치 및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국제 유가와 발주 규모 간 상관관계 약화 등 현재 해외건설시장 환경은 과거 고유가 기반의 호황 시장과는 뚜렷이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지분참여 투자부터 원청 수주까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이 가장 눈에 띈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339.6%나 급증한 25억489만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1등에서 보듯, 실적 개선을 해외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현금여력을 건설산업의 확장으로 전략 방향을 세우고 현금자산을 해외 민관합작사업 투자 등에 검토를 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은 최근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업체인 후따마 까리야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될 수도이전 사업과 자카르타 북부 방조제 사업, 찔레곤과 빠띰반을 잇는 도로 및 철도 사업 등 대형 국제 정유 및 석유화학 공사에 대한 상호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 측은 이번 MOU를 통해 자사의 풍부한 해외경험, 높은 기술력과 인도네시아 대표 기업인 후따마 까리야의 현지 경험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사의 상호협력이 자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이전사업, 도로·방조제 사업 등 뿐 아니라 양국 경제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지난 9월 태국 석유화학 회사 ‘피티티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과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이는 기존 사업과 연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플랜트 시장 진출에 대한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기본설계(FEED)와 EPC, 운영수익까지 추구하는 투자형 개발사업에 물꼬를 트게 됐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사업개발과 지분투자, 제품구매, 설비운영 등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GS건설은 건설영역과 비건설영역 한계를 두지 않고 신사업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GS건설은 스마트팜, 수산업, 모듈러 주택 등 유관사업과 비유관사업을 아우르는 신사업을 검토 중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기존 건설사업과의 연계 시너지 등을 그리기 어려우나 그룹 차원에서 건설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며 “하지만 중소형 규모 주택개발업체 자이에스앤디 상장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주택시장 밸류체인 확대도 손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일부 글로벌 건설사가 독점한 플랜트 EPC 시장에 원청회사로 들어간다. 회사는 지난 9월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트레인(LNG Train 7)의 EPC 원청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인정받는 낙찰의향서를 받았다. 설계 등 원천 기술력 부족과 하청업체 관리능력 부재로 플랜트 EPC는 국내 건설사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시장이다. 

또 대우건설은 최근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 코르 알 주바이르에서 8600만 달러 규모(한화 약 1017억원)의 침매터널 제작장 조성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항만청(GCPI)에서 발주한 이번 공사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 알 포 지역에 조성되는 신항만 사업 의 기반시설 공사 중 일부로 움 카스르 지역과 알 포 지역을 연결하는 침매터널 함체를 제작하기 위한 제작장을 조성하는 공사다. 공사 기간은 착공 후 20개월이다.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은 1년에 80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와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이탈리아 사이펨, 일본 치요다와 조인트벤처를 구성하여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 등 모든 업무를 원청으로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HDC현대산업개발은 관광사업을 회사 신성장동력으로 사실상 확정한 모습이다. 면세점, 호텔, 리조트, 운송 등 관광관련 업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한솔오크밸리를 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 인수 본입찰은 현재 마감 돼 연내 우선협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컨소시엄을 이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생존과 직결된 사업 다각화
국내 건설사는 그동안 해외에서 일괄 도급방식, 이른바 EPC 턴키 공사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설계와 조달, 시공을 모두 한 회사가 맡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도급형 수주비중은 96.6%에 달했지만, 투자개발형은 3.4%에 불과했다. 기본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하는 위험이 클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이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예기치 않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았다.
최근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 모델이 바뀌는 건 생존과 직결돼 있다. 2014년부터 호황을 누리던 국내 주택시장이 정부규제로 급속하게 꺾이며 일감이 줄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워낙 경쟁이 치열해 대형 건설사로서도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해외사업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저유가 시대에 전통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은 예전처럼 넉넉한 발주처가 아니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수주금액은 92억달러로 전년보다 37% 줄었고,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도 43억1100만달러에 그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해외 건설시장에는 돈 많은 산유국 발주처만 있는 게 아니라, 돈은 없지만 인프라가 필요한 저성장 국가도 많다”며 “이런 나라들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PPP나 투자개발형 사업이 필요하고 국내 건설사도 이런 수요를 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선진국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 등은 투자개발형 사업 요구가 많아 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차원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지역”이라며 “운영기간을 포함하면 길게는 25년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수주 결정이나 전략 등을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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