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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대 맞은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징 박힌 운동화에 가죽재킷… 글로벌 인공지능 핵심 기술 쥐다

컴퓨터 그래픽 성능을 높이던 GPU가 최근에 인공지능·수퍼컴퓨터·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에 쓰이고 있다.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지난 한 해에만 엔비디아 주가가 230%나 상승했다. 연 매출도 33%나 늘었다. 회사 설립 24년 만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기회가 됐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54) 창업자 겸 CEO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엔비디아가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필연적 운명(destiny)과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이 만난 셈”이라고 표현했다.


2015년 3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1위 그래픽칩(GPU) 설계회사 엔비디아(Nvidia)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 두 남자가 등장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Huang) 최고경영자(CEO)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였다. 머스크 CEO는 “몇 년 안에 자율주행차를 길에서 흔히 보게 될 것”이라며“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에 서 있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몇 달 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칩을 사용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 IBM은 수퍼컴퓨터 왓슨에 엔비디아 그래픽칩을 쓰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회사인 바이두는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바둑 기사 이세돌과 대결해 승리한 ‘알파고’에도 엔비디아 그래픽칩이 176개 들어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기업들이 하나같이 엔비디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비디아, 시가총액 97조원 그래픽칩 세계 1위 
엔비디아는 세계 1위 그래픽 칩 제조기업이다. 그래픽 칩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69.1%(2018년 2분기 기준)이며, 시가 총액은 869억7400만 달러(97조 3239억원ㆍ1월 9일 기준)에 달한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의 그래픽도 화면에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그래픽 칩 ‘지포스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AI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핵심기업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빅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그래픽 칩과 AI 딥러닝 기술이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손정의 일본 소트프뱅크 회장이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2017년 5월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4대주주가 돼 더욱 유명해졌다. 2016년 초 30달러 안팎이었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 10월 20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페이스북ㆍ아마존ㆍ테슬라ㆍ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글로벌 IT기업이 대부분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엔비디아의 설립자이자 현 회장인 젠슨 황(Jensen Huang)이다. 반도체 제조사 LSI 로직(Logic)과 AMD(Advanced Micro Devices)에서 중앙처리장치(CPU) 관련 개발자를 역임한 그는 현재 엔비디아에서 GPU와 관련된 기술을 사용자와 기업에게 판매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위한 ‘병렬 GPU 관련 핵심 기술(CUDA)’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인공지능 열풍과 맞물려 엔비디아의 주식은 5년 전과 비교해 9배 이상 상승했고, 이 덕분에 엔비디아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젠슨 황은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의 1인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듯 젠슨 황 역시 처음부터 자신이 CEO가 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젠슨 황은 대만 이민자 출신의 미국인이다. 1963년 화학 응용 공학자였던 아버지와 영어를 가르쳤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젠슨 황은 10세가 되던 해에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대만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미국 켄터키 주에 있는 오네이다 밥시스트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때부터 그의 시련이 시작되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3년 넘게 기숙사 변기를 닦는 인종차별을 겪어야 했던 것. 그러나 젠슨 황은 이를 악물고 악바리처럼 학업에 매진했고 결국 오레곤 주립 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다. 석사 과정을 마친 젠슨 황은 이후 스탠포드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았다.
흥미롭게도 젠슨 황은 탁구에 재능이 있었다. 14세 되던 시절에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에 탁구 유망주로 실리기도 했다. 15세에는 주니어 대회에 3위로 입상할 정도의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후 학업과 결혼 생활을 위해 탁구와는 연을 끊게 된다.
 

‘GPU’를 창안하다: 마케팅 용어를 정착시키다
젠슨 황은 한 가지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딱딱한 사무용 기계로 이용되는 PC가 언젠가는 게임, 동영상 등 모든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기기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1990년대 초 PC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이는 업무에 관련된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젠슨 황은 PC로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음을 늘 아쉬워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PC에도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젠슨 황은 이렇게 새롭게 열릴 시장을 주도하길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전문 업체 엔비디아(NVIDIA)다.
1993년, 젠슨 황은 썬 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s)에서 그래픽 칩셋을 설계하던 엔지니어인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 전자기술 전문가였던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와 손을 잡고 엔비디아를 설립한다. 그들의 시작은 고작 침대 2개만 있는 아파트였다. 여느 벤처들과 비슷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능성과 비전을 본 세쿼이아 캐피털 등 벤처투자사들은 엔비디아에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셋은 이 투자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사실 처음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CPU를 만들고 싶어했다. 멀티미디어 처리에 특화된 CPU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요즘 개념으로 따지자면 바로 APU(CPU+GPU)다. 
현재 시중의 CPU 대부분이 APU 형태로 만들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시대를 앞선 그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젠슨 황의 이러한 꿈은 그때의 엔비디아에게는 무리였다. 당시 CPU시장은 인텔 천하였다. 인텔이 모든 CPU기술을 독점하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X86 시스템(386, 486, 펜티엄 등)을 만들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한때 젠슨 황이 근무했던 중견 CPU 업체인 AMD도 이런 인텔과 경쟁하자니 힘에 부칠 지경이었다. 

결국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CPU 개발의 꿈을 접고 자신들의 장기인 GPU 시장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GPU 시장 1위에 올랐다. GPU는 복잡한 연산에 강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난도가 높은 편이고 반도체 제조 공정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혁신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벌렸다. 황 CEO는 “엔비디아 직원들은 모두 GPU와 사랑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왼쪽 어깨에 엔비디아 로고를 문신으로 새겼는데, 지난 2010년 자사 행사에서 옷깃을 걷어 보여주기도 했다. 젠슨 황은 공개 행사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나오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황은 “AI 발전의 다음 단계는 클라우드 서버 안에 머물러 있던 AI가 바깥으로 나와 로봇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동차 이후엔 AI가 적용된 물류ㆍ배달로봇이 나올 것”이라며 “로봇 혁명은 지금 우리 바로 눈앞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벤츠·보쉬, 하반기 로보택시 운영 
AI가 적용된 로봇 자동차 개발을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와 협력을 확대한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는 “미래 자동차 회사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돼야 한다“며 “자율주행을 위한 AI와 차량 탑승자 편의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고, 여기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데 벤츠와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능은 분산된 수십 개 전자제어장치로 실행되며 각 유닛은 차창, 브레이크 등 다른 기능을 제어한다. 엔비디아와 벤츠는 이 기능들과 자율주행 기능을 모두 통합하는 AI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영역은 얼마나 큰가?라는 질문에 그는 “제우선 데이터 센터가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래의 가장 큰 컴퓨터 시장은 인공지능과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Automotive) 자동차는 앞으로 약 1억 대 정도를 예상해본다. 모든 차가 다 자율주행화되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안전한 주행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한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저는 ‘초인적 가상 보조 운전자’라는 아이디어를 좋아하는데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고 어떤 상황에 처하던 그 사람이 계속 운전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자동차 또한 어떤 조건에 처하던 항상 주변의 상황을 감지해 낸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라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이런 물음에 가져야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는 젠슨 황은 “많은 사람이 엔비디아를 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같다고 표현한다. 기업이 아무리 작아도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라면, 그 기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끊임없이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할 줄 알아야 한다. 엔비디아는 우리가 선택한 것에 집중했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가 잘 안되면 빨리 털고 일어났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 커 보인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그 기업만의 특출난 무언가가 있을 때, 그 기업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킨다.” 라고 말했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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