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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동력 산업전기차 배터리 메모리 반도체 넘는다

한국 경제성장을 지탱하던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전자·화학이 집약된 전기차 배터리가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경제의 중요한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반도체의 매출을 뛰어넘을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폴란드 남서부 지에르조니우프시는 인구 3만 명이 채 안되는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차를 타고 둘러보면 너른 평야를 한가롭게 오가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는 평화로운 곳이다. 이 마을에는 올해 4월부터 바쁘게 가동되는 공장이 있다. LS전선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기지다. 왜 한국 기업이 폴란드 시골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까.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유럽의 자동차 공장, 부품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 전기차 생산 체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폴란드와 이웃나라 헝가리에는 이미 한국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가 모두 진출해 배터리를 생산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납품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이 마을은 소리 없는 전쟁터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최근 경영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 탓에 표정이 밝지 않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나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1.5% 감소한 4976억원에 그쳤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잦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주가도 하락세다. 8월 21일 코스피 종가 기준 LG화학(32만8000원)과 SK이노베이션(16만4000원)의 주가는 1년 전보다 15%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24만9500원)는 13%가량 올랐지만 지난해 9월 26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25만원 이하로 내려선 상태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전기차 배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은 한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1650억 달러(약 198조원), 전기차용 배터리 매출액은 530억 달러(약 63조원) 규모였는데, 2025년이 되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전기차 배터리로 바뀌는 지각변동이 몇 년 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해외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모든 신차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1㎞당 95g이하로 제한했고, 2030년까지 이보다 37.5% 더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는 줄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게 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 규제는 국내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 회사인 BYD, CATL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에만 4만5000~5만위안(약 737만~81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전기차에 거의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은 2020년 이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기계제품에서 전자제품으로 바뀌는 중
한국 단일 제조업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인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다. 배터리, 모터, 플랫폼(차의 뼈대가 되는 차체)이 사실상 전부다. 이 중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원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기차용 배터리가 글로벌 제조업의 새로운 ‘주전장(主戰場)’이 된 것이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동유럽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현재 110만 대 규모인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카 제외) 판매량이 2020년 390만 대, 2025년 1200만 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과 맞물려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배터리 전쟁은 이미 치열하다. 중국의 CATL은 2017년부터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세계 1위는 일본 파나소닉이었다. 중국과 일본이 순위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우리 배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느냐에 따라, 배터리가 한국 경제에 제2의 메모리반도체가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배터리를 중심으로 모터, 디스플레이, 비메모리반도체 등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언젠가 전기차가 대세가 돼 자동차가 기계제품에서 전자제품으로 변신하면, 한국의 전통 자동차산업이 축소되더라도 관련 산업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배터리 3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쟁력이 충분하다. 주요 전장 부품인 디스플레이는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비메모리반도체 육성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일본과 분쟁으로 갑자기 소재산업을 육성하자고 강조하는 것보다 이미 한국에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산업 대책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종합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中, 자국 정부의 산업 보호 정책 덕분에 배터리 시장 지배 고전하는 한국 배터리 도약하려면
2018년에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세계 상위 10곳 중 7곳은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차지했다. 이 중 CATL은 세계 1위 자동차 배터리 제조 업체다. 이는 중국 정부의 배터리 산업 보호 정책의 과실을 자국 업체가 독차지한 결과다. 특히 보조금 차별 정책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줬다. 중국 정부는 본인들이 지정한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최대 10만위안(약 170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전기차 가격은 보통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보조금은 전기차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다. 
거꾸로 말하면 보조금이 없으면 전기차를 팔기 힘들다. 결국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완성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쉬운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중국 배터리 업체는 정부의 우산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이미 전 세계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다 중국은 올해부터 신에너지차(NEV) 의무 생산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내연기관차를 연간 3만 대 이상 생산·수입하는 기업은 자동차 생산량의 10%를 신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차)로 채워야 한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한동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 제조업의 근간인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자동차 수익 핵심이 자동차 제조에서 배터리 제조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제조 비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UBS가 공개한 미국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부품 가격 비율 자료에 따르면 부품 가격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였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을 포함하면 최대 70%에 달한다. 전기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전자 제품의 집약체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배터리 3사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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