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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사태로 본 일본 자본의 힘국내 유명 브랜드 일본계 자본 침투 M&A합병 전략으로 경쟁력 우의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에서 촉발된 한·일 통상 전쟁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라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던 여러 국내외 유명 브랜드에 일본계 자본이 침투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해외 직접 투자 수익 年 10조엔 돌파 
글로벌 사회이기에 일본 자본이 국내에 들어온 것에 대한 별다른 비판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최근 한·일 사태 이후 국내에 들어온 일본 자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2006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거품 붕괴에서 회복한 기업들이 해외 기업사냥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3년간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지고 건수가 많아졌다.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성사 규모는 1907억달러(약 213조원)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자문회사 레코후에 따르면 2010년 371건 정도였던 M&A가 지난해에는 1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금리도 기업들의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6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마이너스 초저금리(-0.1%)로 기업들은 거액의 인수 자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3조3000억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인수한 것도 이때다. 


지난 2018년 6월까지 6개월간 이뤄진 일본 기업의 해외기업 M&A는 금액기준 12조엔(약 121조 원)으로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건수도 340건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다. 해외에서 성장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여러 업종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완화 정책으로 거액의 M&A 자금을 마련하기 쉬워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이 희귀 질환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6조8000억엔에 인수했다. ARM 인수금액의 두배다. 또 소프트뱅크의 미국 자동차 공유업체 우버 테크놀로지스 출자와 소니의 EMI 뮤직퍼블리싱 운영회사 주식 취득 등 수 천억엔(수 조 원) 규모의 인수 및 투자가 잇따랐다. 아울러 도요타자동차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 자동차 공유업체 ‘그랩’(Grab)에 출자했고 리쿠르트홀딩스는 미국 구인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를 인수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IT(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M&A도 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주로 해외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신약, 서비스 부문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최근 경기가 활성화 되고 있어 M&A가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자국내 기업 간 M&A 건수가 증가, M&A를 통해 기업 경쟁력 확대를 꾀하는 곳이 늘고 있어 하반기에도 해외 기업 M&A 움직임이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일본이 인수한 브랜드
국적을 감춘 일본계 자본의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자국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합작을 통한 현지화 전략으로 저변을 넓히는 한편, 자국 브랜드 국제화 및 글로벌 유명 브랜드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새로이 접근하고 있다. 운동화 편집숍인 ‘ABC마트’는 일본 ABC마트가 99.96%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기업이다. 전국에 226개 매장이 있다. 부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토요코인’도 일본 기업이다. 일본 토요코인이 2004년 100% 출자해 만든 회사로, 서울 동대문 등 전국에서 9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서울 광화문에도 매장이 있는 벨기에 명품 초컬릿 ‘고디바’도 조만간 일본 자본에 인수될 가능성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고디바’의 아시아(한국·일본·오세아니아, 중국 제외) 사업권이 매물로 나왔으며, 유력 인수 후보자로 일본 종합상사인 미쓰비시(三菱)상사가 꼽힌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상사는 해운업과 자원 개발 등 중후장대 사업을 해 왔으나, 지난 8월 ‘켄터키 햄’으로 유명한 미국 스페셜티푸드그룹을 인수하는 등 해외 식품 판매 유통 사업 부문을 확장 중이다. 
앞서 일본 주류 업체인 산토리는 2014년 버번콕(버번+콜라)으로 유명한 미국 증류주 업체인 ‘짐빔’을 인수했다. 일본 후지필름은 지난해 초 61억달러(약 7000억원)를 들여 복사기로 유명한 미국 ‘제록스’ 인수를 시도했다. 미국 제록스 대주주의 반대로 올해 6월 인수가 무산됐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록스 복사기는 이미 일본 제품이나 마찬가지다. 

수십년 시행착오로 해외 진출 노하우 쌓아
지난 7월 19일 일본 최대 주류 회사 아사히그룹홀딩스가 호주의 맥주 회사 칼튼앤드유나이티드브루어리(CUB)를 1조2000억엔(약 13조5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주 맥주 시장 점유율 50%인 CUB는 현지에서 국민 맥주로 불리는 ‘빅토리아 비터’를 생산한다. 아사히는 올 들어 두 번째로 해외 주류 회사를 인수했다. 세계 주류 시장 점유율 3%로 7위인 아사히그룹은 3년 전부터 유럽 맥주 브랜드를 거침없이 사들여왔다. 2016년 세계 1, 2위 주류 회사 AB인베브와 SAB밀러가 합병하는 과정에서 SAB밀러가 보유하고 있던 유럽 맥주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때 아사히 산하로 합류한 맥주 브랜드가 체코 필스너우르켈과 코젤, 이탈리아 페로니, 네덜란드 그롤쉬, 폴란드 티스키에 등이다. 당시 M&A에 아사히그룹이 쏟아부은 자금이 1조2000억엔에 달한다.(CUB 인수 제외)

이런 사례는 화장품, 패션 등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소비재 관련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일본 최대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는 수차례에 걸친 M&A를 통해 지금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췄다. 색조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물론 중저가 세안제 퍼펙트휩부터 프랑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 끌레드뽀보떼, 색조 브랜드 나스 코스메틱스와 로라메르시에 등 21개 브랜드다.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도 2004년 일찌감치 뉴욕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유명한 띠어리, 헬무트랭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로스앤젤레스(LA) 프리미엄 청바지로 유명한 J브랜드도 사들였다. 프랑스 속옷 브랜드 프린세스탐탐, 패션 브랜드 꼼뜨와데꼬또니에도 보유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일본 기업 입장에서는 M&A가 중요한 탈출구다.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 미래 사업 모델 확보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기업들은 이렇게 사들인 해외 브랜드에 일본 색을 주입하는 대신 기존의 색깔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2009년 주류 회사 산토리가 인수한 프랑스 음료 브랜드 오랑지나가 대표적이다. 오렌지 과즙이 들어간 탄산음료로 프랑스 국민 음료로 불리는 오랑지나는 한국 시장에서는 병 디자인에 프랑스 국기 그림을 달아 판매한다. 프랑스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 기업의 해외 M&A 전략과 방법은 한국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시장 상황이나 매출, 불확실성에 따라 부침을 겪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한진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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