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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발 경제 위기 초격차와 상생이 대안10년여 만에 D램 수출 부진 반도체발(發) 경제 위기 현실로

우리나라 수출 버팀목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던 반도체 산업이지만, 호황기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향후 반도체 산업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이 자체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발(發) 경제 위기가 공포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88억5800만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8.3%나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는 반도체 부진은 수출에 직격탄이 된다. 

반도체 산업, 호황기 끝나나
기획재정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도 ‘반도체 불황’을 올해 경제 리스크로 지목했다. 그린북에서 특정 업종을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한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반도체 불황은 현실이 됐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고공비행하던 반도체 가격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1.5%, 낸드플래시 가격은 8.8% 각각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도 D램 가격은 10% 이상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매출 중 D램 비중은 60%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무려 80%를 D램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관세청에 따르면, 6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은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6% 감소한 수치다. 5월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17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보다 6.6%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심지어 6월의 감소폭은 5월보다 더 크다. ‘반도체 쇼크’가 국내 경제 버팀목이었던 수출을 계속 강타하면 경기도 빠르게 하강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가 아닌 반도체 장비 수입 감소에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반도체 장비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긍정적으로 전망되면, 반도체 기업들은 제조 설비를 늘리기 위해 제조용 장비 수입을 확대하지만, 반대로 반도체 산업 전망이 부정적이면, 장비 수입을 줄인다.두 달 연속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의 감소와 이어지는 감소폭 확대는 반도체 산업 전망이 좋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시들해진 데다 추가 가격 하락 전망에 구매를 미루면서 반도체 수요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PC 수요 감소,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 중국 시장 내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이 한꺼번에 겹치며 반도체 가격을 끝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공급 확대→공급과잉 진입→수요 둔화→반도체 가격 하락→출하 둔화로 이어지면서 불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글로벌 IT 기업들이 투자를 다시 늘릴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효자 산업’이었던 반도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여전히 더디기만 했던 우리나라 경제에서 유일한 희망은 반도체 산업이었다. 다른 산업의 수출 지표가 좋지 않았지만, 반도체 덕분에 전체 수출 지표도 나름 양호한 수준이었다. 2008년 반도체 수출은 997억 달러로 2007년 대비 무려 60.2%나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AI, IoT 등 IT 기기들이 고도화되면서 첨단 기술의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업체는 연일 실적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맞이했던 셈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를 이끌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 정체를 맞이한 탓이다. 연일 상승세를 보였던 반도체 가격도 최근 하락세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상승세를 멈췄으며,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은 자국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등 '반도체 굴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아직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한국에 비해 낮지만, 엄청난 내수 시장과 자본력으로 언제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을지 알 수 없다. 현재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을 반도체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5년 기준 15%에 그쳤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까지 올리려고 한다. 만약 중국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국내 반도체 수출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요란한 반도체 산업의 대내외 변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D램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는 약 50%다. 첨단 기술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구글이 앞서 나간다면, 하드웨어 부문은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앞서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도체 슈퍼호황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자동차와 AI, IoT 등 첨단 반도체 기술은 여전히 필요한 곳이 많고, 여전히 중요한 기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상생 생태계 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양사는 총 153조원(삼성전자 133조원, SK하이닉스 120조원)을 투자해 화성(삼성전자)과 용인(SK하이닉스)에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3만 명(각각 1만5천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복합돼 특정 기업 홀로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영리한 행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과 SK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 전략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프로세서, 이미지센서, 통신모뎀 등)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생태계 조성으로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수준의 팹리스 성장기반 구축, 파운드리 육성, 반도체 인력양성 프로그램,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등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또 자동차·바이오·에너지·사물인터넷 가전·기계/로봇 등을 5대 전략분야로 선정하고, 나아가 수요발굴부터 과제기획·기술개발·공공조달로 이어지는 시장 창출을 통해 2030년까지 2천4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마중물이 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충실히 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이슈가 많다. 
중국은 엄청난 자본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견제한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슈퍼호황기가 곧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연일 나오는 상황. 이처럼 여러 이슈들이 반도체 산업 안팎에서 위기론을 불러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산업군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수요는 꾸준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내외 변수에 흔들리기 보다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해외에 우리의 인재를 빼앗기지 않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이철영 대기자  lcyfe@sisane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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