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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마음잡는 기업의 마케팅 콘셉트니치 브랜드에게 배워라 ‘유행보다 취향’ 중시하고 소비자 늘어

유행보다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브랜드의 콘셉팅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참신한 콘셉트로 팬심을 넓혀 가고 있는 써 켄싱턴과 나이트푸드의 사례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콘셉팅 능력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콘셉트는 쉽게 말해 ‘고객이 어떤 것을 기억하느냐’다. 확고한 콘셉트는 소비자의 머리 혹은 가슴속에 진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것이 쌓여 짙어지면 하나의 인식으로 자리 잡힌다. 즉, 마케팅은 전적으로 ‘인식’의 싸움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은 이 인식 싸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자기만의 강력하고 독특한 인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하고 무엇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중요하다.

스타마케팅 아닌 ‘일상공유’ 콘셉트 주효
지난해 현대카드가 블랙, 퍼플, 레드에 이어 10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럭셔리 카드 ‘더 그린’(the Green)이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더 그린은 지난 8월 출시된 후 한동안 침체됐던 신용카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특수 금속 플레이트는 추가비용 10만 원에도 불구하고 대기가 길어 3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연말 현대카드는 ‘더 그린’이 발급 3만 장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그린 출시 당시 현대카드는 인기 힙합 아티스트이자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지코(ZICO, 본명 우지호)를 모델로 쓴 TV 광고를 집행했다. 티저 광고와 함께 지코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고, 이후 본편 광고를 진행했다. 주목할 점은 현대카드가 10년 넘게 광고 모델로 셀럽(celeb. 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준말)을 기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한국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세련된 마케팅을 해 온 기업으로 유명하고, 굳이 연예인의 기존 이미지에 기댈 필요가 없는 현대카드만의 크리에이티브를 과시해 왔기에, 10년만의 럭셔리 카드를 론칭하면서 광고에 지코가 등장한 것은 광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또한 ‘더 그린’은 출시 전부터 2030 세대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가입자의 빠른 급증도 2030세대의 고객이 주도했다. ‘더 그린’ 이용자 중 2030 세대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럭셔리’,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15만 원이나 하는 연회비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현상이다.
이러한 성공은 광고에 지코가 등장한 덕일까? 지코가 뛰어난 트렌드세터이며 또래 세대들에게 영향력이 높아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지코를 등장시킨 현대카드 더 그린 광고의 콘셉트가 주효했다고 여겨진다. 티저 광고 마지막에 공개된 지코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일정 공지는 현대카드가 더 그린 마케팅에서 SNS의 특성을 일관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코의 메인모델 선정은 물론 현대카드가 ‘더 그린’의 타깃 고객층을 면밀히 분석하고 내린 결론에서 비롯된 결정일 것이다. 카드 시장은 이미 수년 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신규 카드의 가장 큰 과제는 신규 고객층을 찾아내는 것.

써 켄싱턴의 Concept "케첩은 왜 죄다 하인즈야?"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2017년 써 켄싱턴(Sir Kensington's)이라는 소스 업체를 인수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써 켄싱턴의 케첩과 마요네즈는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의 최고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프리미엄 밀키트의 필수품이기도 하다. 미식가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통 케첩 브랜드 하인즈, 헬만의 고가 라인보다 선호돼 세계 곳곳의 프리미엄 식품 유통 시장에서 팬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써 켄싱턴은 2000년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스콧 노튼(Scott Norton)과 마크 라마단(Mark Ramadan)의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햄버거, 감자튀김에 따라 나오는 케첩은 왜 모두 하인즈일까? 시리얼, 감자칩만 하더라도 수많은 브랜드와 종류가 있는데 케첩은 왜 대안이 없을까? 이런 질문 끝에 ‘메인 메뉴의 보조가 아닌, 한 끼 식사의 개성 있는 주인공이 될 만한 케첩’이란 콘셉트가 만들어졌다.기본 전략은 하인즈의 정반대 포지셔닝이었다. 

하인즈가 맥도날드나 여느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무난한 케첩이라면, 써 켄싱턴은 까다롭고 세련된 브랜드를 지향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 주방에서 직접 레시피 개발에 몰두했다. 이렇게 해서 인공 색소와 감미료, 유전자 변형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단맛이 강하지 않은 친환경 케첩이 탄생했다. 또 미국적인 하인즈에 반해 영국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다. ‘켄싱턴경’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패키지도 차별화했다. 상표명 위주로 된 하인즈의 용기 디자인과 달리 중절모를 쓴 신사를 그려 넣었다. 음식은 혀보다 눈으로 먼저 맛본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마케팅 자금이 충분치 않아 광고 대신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히기로 했다.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켄싱턴은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서 무역, 농업, 요리 등을 공부한 후 정치인과 상류층을 위한 만찬 행사나 살롱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하루는 국가 정상들의 만찬에서 러시아 여황제가 일왕이 가져온 와규 스테이크에 어울리는 케첩을 요구했는데, 적당한 것을 찾지 못한 켄싱턴은 급하게 소스를 만들어 대접했다. 그 후 수백 년 동안 잊혔던 소스의 레시피가 노튼과 라마단에 의해 발견되고, 써 켄싱턴 케첩으로 부활했다는 내용이다.
써 켄싱턴은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던 케첩에 공을 들이고 스토리를 담아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후 스리라차 향 마요네즈, 메이플 시럽이 첨가된 머스터드 등 프리미엄 소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한 써 켄싱턴은 소스계의 잇 아이템, 식품업계 스타트업들의 워너비로 통하게 됐다.

나이트푸드의 Concept “야식 먹으면 살찐다고 누가 그래?”
모순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기업도 있다. 야식 전문 식품 업체 나이트푸드(Nightfood)는 ‘수면 친화적 스낵’ 브랜드를 표방한다. 설립자 션 포크슨(Sean Folkson)은 수면 전문가, 영양학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야식용으로 최적화된 스낵을 개발했다. 늦은 밤 먹는 음식은 잠을 설치게 하고 건강에 해롭다고 여기지만, 적절한 영양분을 갖춘 150칼로리 미만의 간식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높이고 근육 단백질 조성이나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나이트푸드는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를 통해 입소문을 퍼뜨리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최근에는 바비 포티스(Bobby Portis), 안젤라 스탠포드(Angela Stanford) 같은 NFL 스타, 프로 골퍼들이 브랜드 홍보대사 팀에 합류했다. 페이스북 광고를 시작하자 클릭률이 상위 10%에 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포크슨은 ‘수면·건강 친화적 야식’이란 콘셉트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소규모 기업이 중대형 기업으로부터 뺏어 온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한다. 세기를 넘어 시장을 장악해 온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뚜렷한 포지셔닝으로 성공을 거둔 강소 브랜드를 뒤쫓는 처지다. P&G의 질레트는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해리스(Harry’s)를 벤치마킹해 제품 가격을 인하하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니레버는 써 켄싱턴을 비롯해 친환경 세제, 기저귀를 생산하는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식물성 정육업체 베지테리언 부처(Vegetarian Butcher) 등 특정 소비층이 열광하는 니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취향을 중시하고 유행 따르기를 거부하는 소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들이다.        

이동현 기자  jineu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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