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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큐비즘’ 전‘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입체파 화가의 진면목을 보다

파리미술관 소장 입체파 작품 90여점 선봬… 피카소 ‘남자의 두상’ 눈길
피카소로 대표되는 입체파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31일까진 진행되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에서는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를 필두로 로베르 들로네, 페르낭 레제 등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입체파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피카소의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한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입체주의’는 오늘날까지 예술계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묘사했던 전통 회화를 파괴한 표현방식은 서양 미술사에서 최대 혁명이자 현대 미술의 문을 열게 한 장르로 평가받는다.

형상을 쪼갠 듯 난해해 보이는 입체주의 그림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해석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체파의 작품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주었고, 사물을 보는 관점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추한 것도 미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입체주의의 상징은 피카소지만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폴 세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번 전시 역시 폴 세잔이 1882~1883년에 그린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 등 두 편의 풍경화로 시작한다. 입방형 지붕 같은 기하학적 풍경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서양화의 전통적 원근법을 무시하고 해체하듯 그려 후대 화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그의 사후 1년 후인 1907년에 열린 살롱 도톤느의 ‘세잔 회고전’은 입체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전시를 통해 피카소와 브라크, 드랭, 레제와 같은 젊은 화가들은 세잔의 화풍을 보고 새로운 미술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하고 작업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로베르 들레네의 1926년 작 ‘에펠탑’
입체파 선구자인 피카소 작품으로는 ‘남자의 두상’과 함께 모래와 유화 물감으로 그린 ‘르 비유 마르크 술병’(1914), 판지 위에 과슈(수채화 물감에 고무를 섞어 그리는 기법)로 완성한 ‘구성’(1923), 1925년에 그린 유화를 1975년에 색실로 짠 태피스트리(직물공예) ‘무용’을 소개한다. 이중 ‘무용’은 피카소 작품 중에서 드물게 초현실주의 화풍을 띠고 있다. 세 명의 인체를 극단적으로 변형했는데 첫 번째 부인 올가와 결혼 생활이 파경에 다다랐을 때 그렸다. 긴장감 속에 고통과 환희가 결합된 그림 중앙에 수직으로 팔을 뻗은 누드는 마치 십자가 형상 같다.
입체파를 논할 때 피카소와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브라크다. 브라크 작품으로는 유화 ‘여인의 두상’(1909), ‘유리잔’(1911), ‘파이프가 있는 정물’(1914) 등 6점이 전시돼 있다. 밝은 황갈색, 베이지색, 회색, 노란색의 다양한 적용방식이 돋보이는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 바로 옆에 기하학의 정신과 색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브라크의 ‘여인의 두상’을 배치해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피카소가 이끈 입체파가 엄격한 기하학적 구성을 중시하고 무채색을 주로 사용했다면, 그의 영향을 받은 후기입체파 작가들은 예술에 수학공식을 접목함으로써 엄격한 화면구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회화에 기하학적 공식을 도입한 페르낭 레제와 로베르 들로네는 이를 통해 입체파 회화의 정점을 찍었다. 전시장에 내걸린 레제의 ‘파이프를 든 남자’와 들로네의 ‘에펠탑’은 기묘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전시실 마지막에는 5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로베르와 그의 아내 소니아 들로네의 ‘리듬’ 시리즈 작품 4개가 성벽처럼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것. 거대한 규모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지게차를 동원했고, 설치를 위해 보존 전문가 2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들로네 부부의 작품은 크기만 압도적인 것이 아니라 수십 개의 다양한 색채가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경탄을 자아낸다.                  

유인경 기자  sisanewsn@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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