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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트로, 뉴트로, 레트로 열풍촌스러움이… 힙할 수 있는 시대

얼마 전부터 영 레트로(Young Retro)를 줄인 영트로, 뉴 레트로(New Retro)를 줄인 뉴트로란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런데 젊음 혹은 새로움이란 단어가 과연 복고와 어울리는 조합일까? 상반된 의미를 가진 단어의 결합이 가능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한 레트로의 재해석 덕분이다.


요즘 1970~90년대에 대한 복고가 활발한데, 사실 밀레니얼 세대는 겨우 태어났거나 아직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가 소환되고 있다. 그들이 추억하고 향수를 느낄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기성 세대에겐 과거의 복기이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1980~90년대 유행했던 코듀로이, 일명 골덴 패션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의 벨벳이라고 불리던 코듀로이 소재는 실용적 방한 소재이지만, 패션의 측면에선 매우 촌스러웠다. 그렇게 소멸됐던 코듀로이 패션이 부활해, 패션 피플들의 아이템이 되고 있다. 당시를 풍미했던 ‘청청’ 패션도 2000년대 들어 촌스럽게 여겨져 자취를 감췄는데, 최근 몇 년 새 다시 부활했다. 마찬가지로 호피 패션도 2030세대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로고를 크게 새기는 빅로고 패션도 패션 브랜드들이 자주 선보이는 아이템이 됐다.


뿐만 아니라 하이웨이스트 청바지, 농구화 등 복고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 모두 과거에 사랑받던 인기 제품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다. 아예 제품에 특정 연도를 새기는 경우도 많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6년과 1997년에 만들었던 청바지 디자인을 재해석해 출시하면서 제품명을 ‘1996’, ‘1997’로 했다. 노스페이스도 1996년 히트했던 다운재킷을 2018년 버전으로 만들며 ‘1996 레트로 눕시 재킷’이란 이름으로 팔고 있다.
그런가 하면 휠라는 1999년에 인기를 끌었던 보비어소러스 러닝화를 재해석해 ‘보비어소러스 99’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리드미컬한 갑피와 미드솔 그리고 레이스를 잡아주는 리플렉터 디테일이 혼연일체를 이룬 보비어소러스99는 현 스니커 시장을 주름잡는 고프 코어(Gorpcore) 트렌드에 완벽히 부합되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초판과 달리, 미드 풋 몰딩이 업그레이드돼 한층 더 견고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매력적인 컬러 블록으로 위트를 가미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미국 슈츠 전문 미디어 ‘풋웨어뉴스’에서 올해의 신발로 뽑힌 디스럽터2는 1997년 출시된 디스럽터를 재현해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며 휠라 부활의 일등공신이 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성과 맞물리다 
뉴트로 열풍으로 과거의 한물간 패션, 즉 지금 시점으로 보면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스타일이 오히려 힙하고 멋진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현재 스타일에 대한 대비 효과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것도 흔해지면 식상해지고 가치가 떨어진다. 최신 스타일 대신 오히려 과거의 낡은 스타일이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앞장서 레트로를 소비하던 트렌드세터들이 이들과 차별된 또 다른 스타일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한동안 다수 대중들은 레트로를 적극 소비할 것이다. 그러니 2018년 거세진 뉴트로, 영트로 열풍은 2019까진 충분히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패션 유행은 돌고 도니까 옷장에 있던 엄마 옷을 딸이 입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패션계가 복고를 다룰 때는 단순히 복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고에 처박혀 있던 컵의 재발견, 빈티지와 레트로
익숙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것. ‘빈티지’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잡음마저 귀를 즐겁게 하는 LP 음반, 촌스럽지만 이제는 멋스럽게 느껴지는 일명 ‘청청패션’(청바지에 청자켓이나 청남방을 입는 것) 등이 대표적인 빈티지의 예다. 최근에는 ‘빈티지컵’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SNS에서 ‘빈티지컵’을 검색하면 3만여 개의 관련 사진이 쏟아져나온다. 촌스러운 색깔과 로고로 장식됐는데 속된 말로 ‘뭔가 있어’ 보인다. 


빈티지컵은 이제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이 됐다. 1980~90년대에는 음료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로고를 새긴 유리컵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집집마다 그런 컵 몇 개씩은 있었을 것이다. 촌스럽다고 버려졌을 그런 사은품 컵이 지금은 빈티지컵, 레트로컵이라 불리며 인기 아이템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빙그레는 1990년대 초반에 사용하던 로고가 새겨진 유리컵을 다시 제작해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오리온은 편집 매장 비이커와 함께 초코파이가 새겨진 빈티지 컵을 제작했다.
마니아층이 생겨나면서 빈티지컵은 온라인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원래 비매품이었기 때문에 빈티지컵의 정확한 가격은 설정돼 있지 않다. 컵의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 가격대는 개당 1만~2만원 정도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컵의 경우 4만~5만원대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특히 88올림픽 기념 ‘호돌이컵’은 희귀품으로 꼽혀 10만원대에 판매되는 것들도 있다. 한때는 낡고 촌스럽다며 외면하고 버렸던 것들이 이젠 다시 멋지고 힙한 것이 됐다. 과거엔 와인에서만 빈티지라는 말을 썼지만, 이젠 모든 오래된 물건에 쓸 정도다. 빈티지 시계, 빈티지 자동차, 빈티지 가구, 빈티지 오디오 등 고가의 빈티지부터 일상 생활용품 모든 것에서도 빈티지는 매력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7080에겐 추억과 향수를 1020에겐 신선한 재미를
이제 레트로는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이고 Z세대까지도 탐닉하는 중이다. 에버랜드는 뉴트로 콘셉트를 위해 빈티지 자동차를 배치하고, 그 앞에 선 핀업걸이 인사를 하고, 롤러스케이트장을 만들고, 미러볼을 비롯한 레트로 감성의 장식과 조형물도 활용하고, 레트로 의상을 입은 DJ도 준비했다. 놀이 기구 이름도 과거 식으로 표기했는데, 가령 범퍼카는 ‘밤파카’로 표기했다. 전문 헤어 디자이너들이 현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레트로 헤어 스타일링법을 알려주고 선착순으로 포마드, 핀업걸 등의 레트로 헤어스타일을 즉석에서 무료로 연출해 줬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하는 '뉴트로'를 내년 소비시장을 주도할 주요 트렌드 키워드로 꼽기도 했다. 이제 모두에게 감성과 취향이 중요한 소비 기준이 됐고 앞으로도 레트로는 뉴트로, 영트로의 이름을 달고 더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성진용 기자  jyisgod23@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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