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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망중립성’ 공식 폐기제로레이팅은 소비자에게 유리할까

미국이 망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통신비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로레이팅’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이견이 별로 없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망중립성 원칙은 조금씩 완화되는 조짐이 있다. ‘제로 레이팅’이라고 불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망중립성 현황
국내에서는 현재 기본적으로 망중립성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만들어졌는데,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에는 이를 좀더 구체화 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이라는 것도 발표됐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 간 제휴를 통해 특정 콘텐츠의 데이터 과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CP가 데이터 요금을 대신 내기 때문에 ‘스폰서 요금제’로 불리기도 한다. SK텔레콤의 ‘포켓몬고 데이터 무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통신업계에선 망중립성 완화 흐름과 함께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망투자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덜면서 소비자들이 통신비 걱정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논리다.
하지만 CP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제로레이팅이 과연 망중립성 원칙에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 겉으로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CP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요금이 소비자들에게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로레이팅, 소비자-통신사 일석이조
제로레이팅에 대해 통신업계는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비 부담은 줄여주면서도 네트워크 산업 발전도 저해하지 않는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는 통신사와 콘텐츠사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며 “ICT 인프라에 대한 이해관계자 공동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시장에선 제로레이팅 도입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콘텐츠사업자를 상대로 '갑질'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망이 빽빽히 깔려 있지 않고, 각 지역마다 독점적인 이통사업자가 존재하다 보니 CP를 차별할 가능성이 있어 망 중립성 같은 관련 규제가 발달해왔다”며 “반면 국내는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콘텐츠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경쟁적으로 콘텐츠들을 앞다퉈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로레이팅 확대 도입 논의는 지속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통사는 통신요금 수준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을 피하는 게 과제이기 때문이다. 4G보다 20배 가량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는 5G 시대에선 자연히 데이터 사용량도 급증할 것이고 제로레이팅의 통신비 절감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CP 협상력 강한 대기업만 유리…이용자 부담 증가
대부분의 CP들은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오히려 사업자 차별과 이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사업자와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중소 CP들은 시장에서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제로레이팅 대가로 CP들이 통신 사업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소비자로부터 보존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료가 비싸질 수 있으며, 특정 통신사 이용자가 차별당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CP들의 주장이다.
예를들어 동영상 서비스하는 CP가 한 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제로레이팅을 도입했다면, 해당 통신사 가입자는 동영상을 데이터 요금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제휴에 대한 부담을 전체 사용자가 나눠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무료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통신사와 계약해 제로레이팅을 적용한다면, 광고로 그에 따른 지출을 보존하고자 할 것이고 그것은 오히려 사용자 반발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또한 현재 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는데, 아무리 정부가 다른 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제로레이팅 관련 계약을 하라고 해도, 내부거래는 알 수 없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조할 가능성도 있으며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

또 다른 논란 망 역차별
이와 함께 국내 인터넷 회사들의 오랜 불만 중 하나가 망사용료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구글 유튜브의 2017년 9월 국내 동영상 시간 점유율은 72.8%로, 네이버 동영상 서비스(2.7%)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네이버가 동영상 서비스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영상이 대역폭을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유튜브가 네이버보다 훨씬 더 많은 망을 사용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는 구글은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아프리카TV와 같은 국내 업체들은 수 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이런 구조가 된 것은 배경에는 유튜브 서버는 해외에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유튜브에 접속하면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망 이용료를 내야한다. 이용자들이 유튜브를 이용할수록 통신사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는 자사 데이터센터 내에 유튜브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많이 보는 동영상을 국내 데이터센터에 저장해두고 이용자들이 접속하면 보여주는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해외망 이용료를 절약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비로 캐시서버를 만들어준다. 자비로 캐시서버까지 만들어주는 통신사가 유튜브에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할 수는 없다.

구글이 캐시서버를 없애고 해외 데이터센터에 접속하도록 한다면, 통신사로서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수 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해외 업체는 한 푼도 안내고 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정이 서비스 품질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망 사용료를 안내는 유튜브는 영상 품질을 높여도 망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 업체들은 영상의 품질을 두 배 높이면, 망 비용도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고화질 서비스로 720p를 제공하는데, 이를 4k 영상으로 서비스한다면 비용은 6배 늘어나는 셈이다. 네이버가 734억원의 트래픽 비용을 냈다고 하니까 720p 영상을 4k 영상으로 업그레이드 한다면 4400억원의 트래픽 비용이 나가는 것이다.
망 사용료 역차별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성진용 기자  jyisgod23@sisanew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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